내가 듣고 싶었던 말

아주 사소한 말들의 위로

by 잔별
2019년
일과 사랑 모두에게 배신을 당했다.


지난 15년을 대부분 프리랜서 형태로 일했지만

올 초 '오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직장'에 들어가게 됐고 그렇게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좀 더 오래 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직장 트렌드라는 직장 갑질을 어이없게 나도 당했다.

그리고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사랑은 더 심했다.

처음부터 오래 할 연애라든가, 안정적인 연애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서로가 진심이라 생각했던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런 연애... 연애 좀 해본 사람들이면 아시겠지만, 쉽게 오는 게 아니지 않나... 하지만, 역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일방적인 사랑해지 통보를 받았다.


두 개의 사건은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차례로 나를 강타했고, 나는 거의 정신이 나간채로 겨우 겨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어차피, 인생에서 나쁜 일은
겹쳐 오기 마련이잖아...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오는 게 원래 '인생의 룰'이라고 생각하려 애썼지만 힘에 부쳤다. 숨을 쉬기가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숨을 쉬기 위해) 한숨을 계속 내뱉는 날들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위로는 (무척이나 고마웠지만) 가슴에 와 닿질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내가 나의 힘듦을 주변 지인들에게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는 거였다. ‘나... 이렇게 힘드니까... 내 얘기 좀 들어줘... 나 좀 들여봐 줘’라고.


그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되었는지 나는 어느 날부터 아주 조금씩 나아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떤 말들이 내게로 와 말을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거창한 말이 아닌데 나는 그 말들에게 힘을 얻었다.


<에피소드 1>

나: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까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내가 잘못한 게 있나 생각하게 돼. 그러면서 아닌 거 알면서도 자꾸 자존감이 낮아지는 거 같아.

친구: (단호) 너는 아무 잘못도 없어.

그냥 그들이 다 이상한 거야....

나: (순간 먹먹) 그... 그렇지?


<에피소드 2>

엄마: 요즘, 일 때문에 그래? 일 때문에 이렇게까지

힘들어 한 적 없었잖아. 대체 무슨 일이야?

나:... 일도 일이지만 좋아하던 남자도 떠났어.

그냥 인생이 내 맘대로 안돼서 너무 속상해.

엄마: 우리 딸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나: (순간 또 먹먹) 그... 그래... 맞아...

다시 시작하면 돼. 일도... 사랑도.


‘그래, 나는 아무 잘못도 없고 그 이상한 사람들이 내게 다 잘못한 거야. 그리고 그까짓 일도, 사랑도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은 아주 진부하고 사소한 말들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들은 내가 앞으로 다시 잘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그 사소한 믿음을 갖게 해 줬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
누군가에게 해 줄 수도 있는 말


진심을 담은 누군가의 한 마디는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라는 그 정직한 팩트를 또 한 번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러니까 역시 모든 경험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햇살 받으며 커피 마시는 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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