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들에 대한 어떤 오해
화려한 싱글도 달콤한 유부도 아닌
흔녀에게도 마흔은 똑같이 찾아온다.
"앞으로 뭐 해 먹고살아?"
"혼자 잘 살려면 경제력이 제일 중요하지."
"예전엔 결혼 도피에 대해 회의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더 회의적이야."
"진짜 남들처럼 사는 게 제일 어렵지, 뭐.”
내 또래 친한 작가들과 만나면 어김없이 신세한탄이 쏟아진다. 몇 년째 같은 레퍼토리다. 그래도 안 하고 지나갈 수가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답답한 속이 좀 풀린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아니까. 남들의 일과 남들의 연애와 남들의 결혼생활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프리랜서 집단인 '우리=작가'들은 항상 일정하지 않은 페이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대화의 화두는 늘 먹고사는 것의 고단함이다.
내 주변의 작가들은 이제 10년도 훌쩍 넘은 거의 20년 차에 가까운 왕 작가들이 대다수. 10년 넘게 남들 놀 때 안 놀고 남들 쉴 때 안 쉬며 방송가에 젊은 피를 쪽쪽 빨리며 일해왔지만, 현실은 ‘개털’ ‘빛 좋은 개살구’ ‘그냥 비정규직’ ‘작가=잡가’ ‘빈털터리’
우리가 알뜰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으나) 1년에 약 두세 달쯤(더 길어질 때도 물론 있고)은 원치 않게 쉬게 되는 (개편, 시즌 종료, 갑자기 프로그램 증발) 방송의 시스템 속에서 생계를 꾸려오다 보니 정기적으로 돈을 버는 직장인들과는 다른 통장잔고가 된 것이다.
홀쭉한 통장 잔고를 가진 채,
어느덧 나이는 마흔 언저리
어찌어찌 일을 하다가 그리되었는지 아니면 남들이 한창 연애할 때 그보다 재미난 게 많았던 것인지
그도 아니면 그냥 결혼이 싫었던 것인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어쩌다 보니 결혼도 안 하고 (못 하고?) 그렇다고 드라마에 나오는 화려한 싱글도 아닌 채로 마흔을 맞았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마흔들이 이런 상태가 아닐까? (아마 대부분의 나이 꽉 찬 싱글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30대 중후반 여주인공처럼 한강 보이는 아파트에 살면서 아침이면 한강에서 강아지랑 산책하고, 빨간색 외제차 끌고 다니면서 출근하고 퇴근 후엔 멋진 와인바에서 술 마시고 늘 잘 생긴 연하남과 연애하는 거 아니잖아. 이거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잖아.
그나마 리얼하다는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만 봐도 그게 뭐 우리 생활이랑 같아? 아무리 잠옷 바람에 생얼로 나온다고 해도, 그들은 이미 연예인!
우리는 일반인!이라는 절대불변의 법칙이 엄연히 있는데 어떻게 그들처럼 살 수 있을까.
싱글들은 모두 화려할 거라는 오해가 싫다.
흔하디 흔한 찌질하고 찌질한 40대 흔남 흔녀들의 일상과 그들의 짠내 나는 고민들이 사실 나는 더 궁금하다. 더 이상 내가 화려한 싱글이 아닌 게 분명하며 남편 (대부분 '남의 편'인 것 같다지만)과 아이와 꾸려가는 가정도 없지만 하루하루를 혼자서도 어떻게든 버텨내려 애쓰는 보통들의 삶이 말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하지만 결코 주연이 될 수 없는 '조연'들의 삶.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사실 우리의 삶과 가장 비슷한 마흔들의 혼라이프에 좀 더 시선을 돌려보자. 의외의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통들의 마흔살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