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네트워크 국가 아시아 지부 만들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이전에 썼던 마지막 <월간 멸치> 를 열어봤습니다. ‘3년 동안 쓰면 뭐라도 되겠죠’라고 쓰여있더군요. 참고로 두 달 쓰고 관뒀습니다. 그런데 올해가 딱 3년이 되는 해더라고요.
코로나 이후 돈도 사람도 유동성이 폭발했으니, 3년 동안 했으면 정말 뭐라도 되었겠죠? 게다가 요즘 한국 스타트업들은 주로 외국인 여행자나 노마드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커지는 시장이 아무래도 그뿐인가 봅니다.
저는 3년 전도 지금도 ‘네트워크 국가’를 좋아합니다. 지금은 ‘기존의’ 국가 카르텔이 99.9%, ‘스타트업’ 신생 국가들이 0.1% 라면, 10년 20년 30년 후에는 점점 신생 국가들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들은 수백 수천 년을 지속해 온 카르텔이고, 그들의 상품과 서비스는 형편없으니까요. 무한 경쟁 시대에 국가들도 고객 만족을 위해 발바닥에 땀 좀 내봐야 합니다.
네트워크 국가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이전 글 <유튜브가 나만의 방송국이라면,> 을 참고해 주세요! <국가를 새로 만들어보자> 도 있습니다.
국가를 새로 만들어보자. 어디서부터 시작해 볼까?
이미 국가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보자.
심심할 때마다 국경을 넘는 35백만 명의 디지털 노마드가 좋을까, 아님 신분증 없이 사는 전 세계 11억 명의 '무국적자'들이 좋을까?
돈 잘 버는 노마드들을 모셔보자. 그들은 뭐가 제일 아쉬울까?
전 세계 노마드의 반절이 미국인이다. 2-3년 내로 노마딩을 떠날 계획이라는 미국인까지 합치면 캐나다 전체 인구보다 많다.
미국 정부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건강과 보험(Health&Insurance)이다.
첫 삽질은 노마드를 위한 보험 서비스에서 시작해 보자 (각주1)
- 국가를 새로 만들어보자
저는 서울에 거점을 두고 일 년의 1/3 정도를 낯선 도시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한 도시에 한 달 정도 지내며 온라인에서 밥벌이를 해결합니다. 이렇게 재수 없게 말하면 주변에서 '여행 자주 가네', '여행 길게 가네' 하며 부러워합니다. 저는 그 부러움에 공감할 수 없었지만요. 여행 가는 거 아닌데?
저는 장기 여행보다는 단기 이민을 다닙니다. 그래서 제 이민 기간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관광지'도 다니지 않습니다. 지지난주 주말에는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었는데, 주말에 뭐 했냐면 넷플릭스를 봤습니다. 완전 현지인 같쥬?
학교 다닐 때 배웠습니다. 교통과 통신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지구촌'에 살고 있다고요.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쥐면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일상이 손안에 잡힐 듯합니다. 마일리지 좀 모으면 정말로 손에 잡을 수도 있고요. 코로나 이후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산업이 '여행' 분야라고 합니다.
인스타그램이 네온사인처럼 번쩍이는 바람에 이 변화가 '여행 산업'으로 퉁쳐질 뿐, 저는 이것이 사람들이 자신이 시간을 보내고 세금을 내고 그 서비스를 소비하는 국가를 선택해 가는 과정으로 봅니다. [] 동의합니다 [] 동의하지 않습니다 , 개인 정보 제공 동의하듯 내가 태어난 국가에서 계속 살 것인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스타트업 생겨나듯 신흥 국가들이 피어날 것입니다.
네트워크 국가들의 물리적 거점(node) 중에 하나가 한국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세기쯤 걸릴지 모르는 이 일을 위해 처음 10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몇 가지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한국 여행 가이드 / 정착 도우미 서비스 (soft landing)
얼마 전 프랑스에서 온 노마드 친구들이 한국에 2년짜리 집을 계약했습니다. 생고생하길래 좀 거들어 드렸습니다. 한국어 원어민이 아니면, 그리고 외국인 거주증이 없으면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더군요. 인공지능이 못해주는 걸 드디어 찾았습니다. 지피티의 말만 듣고 홀로 부동산 아주머니 만나서 사인하면 불안하니까요. 동사무소에서도 번역 앱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하고요.
2025년 한국의 달라진 풍경은 지하철 역마다 허둥대는 외국인 한 명씩 꼭 있다는 점인데요. 저도 종종 낯선 역에서 멍청한 얼굴로 서있는 입장이다 보니, 다가가서 캔아이핼프유? 하고 오지랖 떨고 싶어 지곤 합니다. 겸사겸사 끼워 팔기 영업도 뛰면 좋겠죠? 명함부터 하나 파야겠네요
2. 한사모. 한국을 사랑하는 외쿡인들의 모임. 월 1회 등산, 주 1회 컨텐츠 출판. 비 오면 실내 암벽 등반!
한국에 세 달 이상 머무르는 외쿡인들을 위한 왓츠앱 그룹. 및 그들과 밥 한번 먹고 싶은 한국인들의 모임. 이게 발전해서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1번 서비스 홍보 대행?
외국인 모임의 문제는 한국인들이 여기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이유가 잘 없다는 것인데요. 저도 이 부분은 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일단은 제 주변 사람들을 멱살 잡고 끌고 올 예정입니다. 콩글리쉬 온리
입단 조건 (등산복 빼입고 산 정상에서 바위에 발 하나 얹고 인증샷 찍기) 이나 6개월 이상 겨울잠 잘 경우 추방이라거나 하는 조건들은 차차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밥번개방(맛집 탐방) 같은 게 파생될 수도 있겠죠? 아 그러면 단기 여행자들을 위한 방을 따로 파야하나.
캠핑카 공구 모임 하면 좋겠다! 본격 자전거래!
3. 워케이션 (Workation)
요즘 지자체마다 혈안이 되어 있는 키워드입니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줍니다. 때문에 처음부터 규모 있게 일을 벌여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워케이션은 정말이지 할말하않입니다. 일단
1) 일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나처럼 의지박약인 인류의 99%는 안된다. 원격 근무는 (원격) 근무고, 휴가는 휴가다.
2) 외국인한테 숙박 보조금 준다고 한국에 보탬되는 거 하나 없다. 건물주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재미 좀 볼 지도?
국가 간 ‘디지털 노마드 모시기 전쟁’이라는 게 결국 내 나라에 돈과 사람을 모시기 위한 전쟁일 텐데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한국은 선지 튀기며 참전해야겠죠. 투자 유치던 해외 인재 유치던 지방 활성화던 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4. 동서양 스타트업 대통합 한마당 (cross-border incubation)
도쿄에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스타디움/놀이동산/호텔/스파/쇼핑몰' 인 도쿄돔이 있습니다. 내년에 도쿄돔에서 동서양 스타트업 어울림 한마당이 열립니다. 무려 6개월 동안 5개의 일본 스타트업, 5개의 북미 스타트업이 함께 도쿄돔 코워킹 공간을 쓰게 됩니다. AI, 블록체인, VR/AR 등 최신 기술 스타트업들을 위한 샌드박스가 되어준다고 합니다.
이런 거 한국에 없나요?
워케이션 센터 말고 동서양 도원결의 코워킹 공간 제공해 주면 좋을 텐데!
예로부터 '왜 없지' 하면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5. 기존 커뮤니티 운영진에 합류하기
이 또한 빠르게 시작해 볼 수 있겠지만, ‘네트워크 국가’의 한국 지점으로 자라나려면
- 한국인 비한국인 구성 비율이 비슷하고
- 영어를 포함한 2+ 개의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런 커뮤니티를 찾지 못했어요.
커뮤니티 운영 용역(Community Ops as a Service)을 뛰는 것도 시작 비용이 낮을 것 같네요. 한국에 물리적 거점을 만들고 싶은 해외 커뮤니티를 아신다면 소개해주세요! 대신 운영해 드립니다!
커뮤니티 운영진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한국어 교육 강사 과정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진짜로 3년 동안 연재해 보겠습니다.
함께해요! 멸치 떼 헤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