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멸치클럽 두 달치 Community Update
안녕하세요?
지난번 멸치클럽 소개글을 올리고 벌써 두 달이 지났네요.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공유드립니다.
저희 클럽의 컨텐츠 제작자님께서 '무슨 커뮤니티 만들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서 무슨 컨텐츠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셨는데요.
저도 잘 모르지만(돌잡이 때 너무 많은 게 정해질까 걱정도 되고요) 한가로운 주말을 맞아 떠오르는 생각들을 끄적여보고자 합니다.
와 이 사람 대책 없네 가만 두고 못 보겠다 하시는 분은 바로 뛰어들어 함께해주시면 됩니다. 제발!
같이 커뮤니티 만들자는 게 무거운 제안이라면, '하고 싶은 일, 살고 싶은 삶'에 대해 각자가 적은 글을 한데 모아보자는 제안으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무거ㅇ
1. 어떤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되고 싶은지, 타겟은 아직 둥실둥실 뜬구름입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 중에 디지털노마드/탈서울/서핑 와 같은 '비주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서핑은 아주 해괴한 라이프스타일입니다. 파타고니아의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HR 철학은 '헐 내일 아침 양양 파도가 훌륭하네? 지금 바로 휴가 내고 출발~'을 받아주겠다는 말입니다. 회사에서 따라 하지 마세요!) 그런데 대부분의 반응은 '응 완성되면 놀러 갈게'였고, '그래 같이 만들어보자!'라고 팔을 걷어붙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음 타겟은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 디지털 노마드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야 이렇게 살면 재밌지 않겠냐? 같이 해볼래?'라는 설득이 필요 없었습니다. 게다가 '노마드 커뮤니티'도 무척 잘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 이식하기만 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디스코드와 노션 페이지도 영어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국 사회'에 잔잔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싶은 건데 외국인들로 그게 통할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머물며 변화를 만든다'가 노마드의 컨셉이 아니기도 하고요.
지금 멸치클럽 시즌1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논스' 라는 아웃라이어 특별한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애초에 제 꿈이 '양양에 논스같은거 만들기' 였기 때문에 논스를 모르는 ('함 와보세요' 말고는 설명할 방법을 모릅니다) 멤버 구하기에 도전해봐야 합니다. 일단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계속하다 보면 하나 둘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2. 디스코드에 메타버스 동방을 만들었습니다. 입장은 여기로!
대학 동아리는 동방이 있는 동아리와 없는 동아리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디스코드는 디지털 커뮤니티들의 둥지라고나 할까요? 여느 동방처럼 시설은 참 구리지만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는 제약이 없습니다.
디스코드에 대한 저의 첫인상은 '우와 이런 게 된다고?'였습니다. 처음 입장했더니 게시판이 1개만 뜨더라고요. 그곳의 공지 글을 보니 '아래 이모티콘 중에 맘에 드는 걸 고르면 문이 열립니다'라고 쓰여있었습니다. 하나 눌렀더니 '열려라 참깨!'처럼 순식간에 우르릉쾅쾅 여러 개의 게시판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서핑 이모티콘을 누르면 문이 열립니다'라고 따라 해 봤는데, 그게 좀 낯설었던지 그 문을 열지 않는 분들도 계십니다.
3. 양양 정기 모임과 포압(POAP)
커뮤니티가 차오르기 위해서는 Role, Rule, Ritual 이 필요하다고 합니다(출처). 그리고 'Holding Space' (to be present with someone, without judgment) 라는 말에 꽂혔습니다. 대충 '정해진 곳 정해진 시간에 나는 그곳에 있을게 ㄴㅓ를우ㅣㅎㅐ..☆' 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5-8월 (양양 갈만한 날씨) 매월 마지막 화-수 양양에서 만나요! 그 외 계절에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 저녁 8시에 메타버스(디코)에서 만나요!
지난 5월 마지막 주에 양양에서 리모트 워크를 해봤습니다. 강릉에 파도살롱 이라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서핑샵 캠핑 의자에서 일했습니다. 파도가 없어서 조개를 잡았습니다.
크립토판에는 출석 인증서를 NFT로 만든 포압(Proof Of Attendance Protocol) 이 인기입니다. IRL은 In Real Life의 준말로, 멸치 클럽도 기본값이 메타버스인 커뮤니티인 만큼 '오프라인 만남'을 특별하게 여겨 IRL 포압을 만들어봤습니다.
저녁에는 친구와 친구의 친구와 피자와 맥주를 먹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크립토 잡부(저)와 수도원 사람과 해운 사람과 부동산 사람과 건축 사람과 서핑 사람과 양양 사람 조합이었습니다. 다 함께 메타마스크(크립토 지갑)를 다운받고 포압을 쟁취했습니다. 무슨 얘기 했는지 잘 기억 안 나지만 또 만날 수 있다면 또 같이 맥주 먹고 싶습니다.
4. <Future of Work, 일의 미래> 팟캐스트
파도가 없어 서핑을 못하는 대신 바다 위에 누워 둥둥 떠다닐 수 있었습니다. 멸치 클럽 시즌1 멤버 세명이 다 함께 표류하며 팟캐스트를 녹음했습니다. 가만히 누워있으면 아무렇게나 떠다니며 흩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진행을 위해 서로의 다리를 붙잡고 멘트를 날렸습니다.
그리고 양양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전기차 충전을 위해 차가 선 김에 또 팟캐스트를 녹음했습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에 차 안에 갇혀서 진행했습니다. 바다 위에 표류하거나 차 안에 갇히거나 하는 연출된 극적인 상황에서의 '일의 미래'가 궁금하시다면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에서 지금 바로 들어보세요! 참고로 지금 업로드된 1화와 2화는 대본도 없고 편집도 없는 파일럿 에피소드(?)라서, 알람 설정해두시고 나중에 한 4화 정도부터 들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5. <이번생에 다해보자> 매거진에 글을 모아보자
같이 멸치 클럽 할 사람들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장기전이 될 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우주 먼지일 뿐이지만, 우주에는 먼지가 엄청나게 많으니까 저와 비슷한 생각(이번생에 다해보자)을 하는 사람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팟캐스트던 블로그던 주기적으로 컨텐츠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한 3년 찍어내다 보면 같이 하자! 는 사람 두엇은 나타나지 않을까요?
다만 이걸 영어로 찍어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할지 (그럼 하려는 말의 반 이상은 전달 과정에서 잃어버리겠죠?) 아니면 그냥 독자 없는 한글로 밀어붙일지 고민입니다. 크립토 판에서는 제가 하는 얘기가 흔해 빠진 이야기라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 사람 모으기는 더 쉬울 수 있겠지만, 그건 '뭔가 바뀌었다'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유튜브 픽 고전 리더십 강의에서 보듯, 사실은 첫 번째 리더보다도 두 번째 사람, First Follower 가 '움직임(movement)'의 핵심입니다. 미친 듯이 춤을 추다 보면 따라 추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이번생에 다해보자> 라는 주제에 대해, 다음 생으로 미뤄놨었는데 뭐 관심 가져주는 사람 있다고 하면 이번 생에 해볼 마음도 좀 있는 분들의 쉽게 쓴 글을 기다립니다.
아 그리고 인스타도 만들었는데 제 포스팅을 도무지 눈뜨고 바라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인스타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냐'라고 연락 와서 당분간 업로드는 없을 예정입니다.
6. 다시 인재상, 어떤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되고 싶은가요?
제가 논스라는 커뮤니티를 애정 하는 이유는 논스 덕분에 저는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갈 용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논스같은 커뮤니티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스 밖에서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논스같은 커뮤니티 없이도 자기 쪼대로(?) 사는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는 제 단골 서핑샵 사장님입니다. 사장님은 원래 회사에 다니시면서 (저녁 파도가 좋으면 반차 내고 3시간 운전하고 오셔서 서핑하는 기염을 토하며) 부업으로 서핑샵을 운영하셨는데, 이번에 하고 싶은 거 하겠다고 회사를 그만두셨습니다. 한국에서 서핑! 하면 발리! 지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일본도 불의 고리 태평양을 끼고 있어 파도가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차저차한 이유로 한인 서핑샵이 없는데, 사장님이 개척하시겠다네요.
아! 제 다음 일자리인가 봅니다! 니혼 서핑샵 스탭!
두 번째는 공대녀 -> 음대녀 -> 졸업 후 재즈와 클래식을 오가다 음악 선생님이 되고자 얼마 전에 교생까지 했는데 선생님 안 할 확률이 높다는 친구입니다. 저는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 말라죽는 불치의 병에 걸렸는데요. 수습 떼는 날(3개월 차)에 나 퇴사한다고 그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습니다. 대강 '야 으른이면 일하면서 하고 싶은 거 찾아라' 였다가 '야 안굶어죽어' 로 바뀐 모습입니다.
아무튼 이런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같이 이번 생에 다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