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스키 Sep 30. 2015

내 삶에도 음악이 흐르다니

나만의 음악이 흐르는 일상


To Find My Way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진짜 나와 만나는 길.

한 달 넘게 배낭을 메고 인생과 사람을 만나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입니다. 스페인 북부를 동서로 횡단, 800km를 걸으며 '진짜 나'와 만나 대화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 한국인들도 정말 사랑하는 길이어서, 길 위에서나 숙소인 '알베르게'에서나 한국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만 가봐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분들이 쓴 기행문이 책장 두 칸을 가득 채우고 있을 정도입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800km 아름다운 길

저는 그 아름다운 길을 우연히 알게 된 이탈리아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To find my way'라는 노래 하나만 듣고 걸었습니다. 나의 길을 찾는다는 가사가 여행에 사명감을 불어넣어주기도 해서, 산티아고 길을 걷는  아침마다 학교 조회 시간에 교가 부르듯 플레이시켜놓곤 했습니다. 그래서 돌아와 다시 이 음악을 들으면 행복했던 여행의 순간들, 그 길의 풍경들이 잔뜩 떠올라 한참을 여운에 젖어있곤 합니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주책 맞게 흘렸던 눈물이 가끔은 같은 온도로 찔끔 나오기도 하고요. 

 Andrea Bocelli - To Find My Way (영화 「My Way」OST)


산티아고 길, 이 풍경을 보면 이 곡 생각이 나고, 이 노래를 들으면 이 풍경들과, 그때 만난 사람들 그 추억과 함께 그때 했던 생각들이 영화처럼 떠오릅니다. 음악과 함께 흐르는 나만의 풍경, 나만의 카미노. 하지만 이 노래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실 그런 감흥이 없죠. 이 노래에 아주 멋진 풍경이 흘러가는지는 누구도 알 길이 없습니다.  

Camino de Santiago


내 삶에도 음악이 흐르다니

대한항공 “러시아 여행자 클럽” 예고편

어쩌다 대한항공의 광고 모델이 되고, 멋진 광고에 등장하면서 스스로도 놀랐던 게 있습니다. '러시아 여행자 클럽' 광고 예고편에 흐르는 이 배경음악,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잘 몰랐던 이 음악이 무려 내가 나오는 영상에도 너무 잘 어울리는 겁니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35번. 

Joshua Bell - Tchaikovsky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이렇게 멋진 음악이 내 인생에도 어울린다니요. 그 순간, 내 인생이 갑자기 조금은 더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음악은 공간을 채우는 정말 멋진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을 아름답게 채워주는 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내 인생에 또 어떤 음악이 흘렀나, 지금은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을까.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나도 몰랐던 어느 날에 어떤 멋진 음악이 어울렸을지도, 그래서 그날들이 알고 보면 더 멋있었을지도 모르죠. 이 순간에도 내 삶에 음악이 흐르고 있다는 상상이 일상을 잘 만든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음악과 함께라면 정말 멋진 광고 같은 일상들, 모르고 살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여행의 기술로 만드는 행복한 일상 #03 내 삶에 흐르는 음악 만나기
매거진의 이전글 일생에 한 번은, 오로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