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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스키 Aug 12. 2018

하루 달리지 않아도 변하는 건 없다

에고라는 적

 

휴식과 게으름 사이


100일 동안 쓰기로 한 지 보름, 처음으로 글 올리는 일을 쉬었다. 마라톤 90일 남기고 시작한 운동도 쉬었다. 그건 오랜만에 보낸 불금 탓일 수도, '7분 운동' 어플에서 지정한 휴식 데이여서 하루 정도 쉬어야지 하는 게으름 악마의 목소리 탓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하루만 쉰 게 아니고, 그다음 날도 어쩌다 보니 쓰지 못했고, 오늘도 마찬가지일 뻔했다. 게으름이 다시 습관이 될 뻔했다.


짧지만 매일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으면서 묘한 해방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쓰지 않는다고 해서, 운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고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나와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혼자 쓰고 마는 일이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 하는 행동에 동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불특정 시선들을 의식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는 일이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감정은, 책『에고라는 적』에서 이런 감정을 치명적으로 표현해주었다. '최소한의 것을 하면서 가능한 한 밖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신뢰를 받으려고 하는' 포인트를 집어서. 이 책의 부제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인데, 책에서 말하는 에고는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에고는 무엇일까?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 이 책에서는 이것을 에고의 정의로 사용할 것이다. 거만함이 그렇고 자기중심적인 야망이 그렇다. 이것은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느느 성마른 어린아이와 같고 어떤 것보다 자기 생각을 우선하는 특성을 가진다. 합리적인 효용을 훌쩍 뛰어넘어 그 누구(무엇) 보다 더 잘해야 하고 보다 더 많아야 하고 또 보다 많이 인정받아야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에고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자신감이나 재능의 범주를 초월하는 우월감이나 확신이기도 한다. 

자기 자신이나 세상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풀려질 때 에고는 스스로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전설적인 미식축구 감독 빌 월쉬는 그런 순간을 '자신감이 거만함으로 바뀌고 단호함이 완고함으로 바뀌고, 또 자기 자신을 과신한 나머지 완전히 제멋대로 굴 때'라는 말로 설명했다. 1930년대의 비평가 시릴 코널리도 '에고는 중력 법칙처럼 우리를 휘감아 침몰시킨다'라는 말로 에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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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빈 글 박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라고 묻고 트위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라며 손짓한다. 텀블러가 또 링크드인이 속삭인다. 받은 편지함이, 스마트폰이 그리고 당신이 방금 읽은 기사 하단의 댓글 란이 뭐라도 한 마디 해달라고 당신을 부른다. 비어 있는 공간들은 우리의 생각과 사진으로, 또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채워지기를 원한다. 우리가 지금 막 하려고 하는 거,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것,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들로 가득해지기를 열망한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발전한 기술이 당신더러 말을 하라고 요구하고, 옆구리를 찌르고 또 졸라댄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이다. SNS 상에는 각자 자기의 일이 얼마나 잘 돌아가고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드러내는 말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거기에서 보이는 말들이 진실인 경우는 드물다. 눈에 보이는 활자 뒤에는 '나도 현실과 싸우고 있고, 지금 너무 힘들어. 나도 모르겠다고'와 같은 속내가 숨어 있다.

사람들은 어떤 출발점에 서 있을 때 긴장하고 흥분하며, 위로와 격려를 필요로 한다. 내가 나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안'이 아니라 '밖'에서 위안을 구하려고 한다. 타인의 믿음과 확신의 말들을 듣고 싶어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한 측면이다. 결국 최소한의 것을 하면서 가능한 한 밖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신뢰를 받으려고 하는데, 나는 바로 이런 측면을 에고라고 부른다.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


에고라는 적을 굳이 물리치려 애쓸 필요는 없다. 자신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르는 것만 경계해도 에고를 의식하는 일이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그 방식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잘, 이용해 보는 것도 긍정적인 에고 활용 기술이 될 것이다. 동기를 부여해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될 수밖에 없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100일 동안 쓰면 이루어진다!  
거꾸로 만드는 100일 기념일, 17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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