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착각

스티븐 슬로먼, 필립 페른백『지식의 착각』

by 준스키



왜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


인지과학자들이 쓴 『지식의 착각』의 부제. 내가 아는 게 세상의 전부가 아닌데도 우리는 너무나 자주 이런 착각을 하고 산다. 단순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지식의 착각은 경제학에서 지식의 저주라고 부르는 개념의 이면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알 때 남들은 그것을 모르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가령 우리는 어떤 곡의 리듬에 맞춰 가볍게 책상을 두드릴 때 남들이 무슨 곡인지 모르는 것을 보고 놀란다. 본인에게는 익숙한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는 무척 익숙하다. 내가 어떤 상식적인 문제의 답을 알면 (예컨대 <사운드 오브 뮤직>에 출연한 배우는 누구인가?) 남들도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븐 슬로먼, 필립 페른백『지식의 착각』


"We Choose to go to the Moon"

저자는 무지의 힘이 인류가 달에 가게 했으며 위대한 발견이라 불리는 거창한 역사도 사실은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말한다. 착각이 인류문명의 발전에 꼭 필요했을 거라는 말이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1962년 케네디의 연설
지식의 착각은 지식 공동체에서 살아서 나타나는 결과다. 자기 머릿속의 지식과 남들의 머릿속에 든 지식을 구별하지 못해서 착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지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한 팀이기 때문에 착각이 일어난다. 착각에 빠져야 팀의 일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착각에 빠지는 것은 팀의 일원이라는 징표다.

지식의 착각 속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많이 안다고 자만한다. 이런 태도에는 어느 정도의 이점이 있다. 우선 문이 열린다. 과감하게 말하고 과감하게 행동할 힘이 생긴다. 1961년에 존 F. 케네디에게는 1960년대 말에 미국인이 달에 안전하게 착륙할 것이라고 예측할 권리가 없었다. 그의 예측은 착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자만심에서 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미국이 그의 말대로 해낸 것이다. JFK가 대담하게 선언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아마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식의 착각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땅에 들어설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위대한 탐험가들은 스스로 많이 안다고 믿어 새로운 모험을 감행했을 것이다. 물론 때로는 로버트 스콧의 남극 탐험과 같은 대참사도 일어난다. 그는 자기가 탐험에 필요한 지식을 잘 안다고 확신해서 개를 데려가지 않기로 했다. 결국 모든 대원들이 죽고 그들이 데려간 조랑말들도 전부 죽었다. 그러나 지식의 착각은 위대한 성공에도 필요하다. 신대륙을 탐험한 최초의 유럽인들인 마르코 폴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가 이끌던 팀은 용기와 인내를 발휘하여 역사의 영웅으로 남았다. 이들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아마도 자신의 무지가 얼마나 거대한지 몰라서 그토록 자신감이 넘쳤을 것이다. 위대한 인간의 업적은 대부분 자신의 이해에 대한 잘못된 믿음 위에 세워진다. 따라서 착각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스티븐 슬로먼, 필립 페른백『지식의 착각』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른다


능력이 없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실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하는데, 이걸 효과라고 논문을 낸 공로(?)로 더닝과 크루거라는 심리학자들이 2000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다. 해당 논문 은 다운받을 수도 있다. 이그 노벨상은 재미있고 희한한 연구에 주로 수상되지만 이 '더닝 크루거 효과'는 생각보다 더욱 의미 있고 회자될 가치가 있는 주제이다. 『지식의 착각』에서는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인지편향 연구로 소개된다.


데이비드 더닝은 코넬 대학교에서 거의 평생을 보낸 심리학자다. 그는 일상생활과 과학 연구에서 무수한 무지를 발견하고 놀라 다양한 사례를 기록했다. 더닝이 놀란 이유는 인간의 무지가 심각해서가 아니라 무지한 인간이 스스로 얼마나 무지한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른다"고 지적한다.

"무지는 대개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간단히 말해서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것을 하고 전혀 모르는 것은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식으로 무지는 우리 삶의 행로를 크게 바꿔 놓는다. (---) 사람들이 전문가와 연인과 부모 그리고 한 인간으로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 가능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슬로먼, 필립 페른백『지식의 착각』


결국 인지과학자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아는 걸 모른다거나 다 안다고도 착각하지 말고, 모르는 걸 모르겠다고 포기하거나 알 것 같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충고가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잠재력과 가능성의 문을 걸어 잠근 착각이라는 열쇠를 우리에게 쥐어주었다. 그 열쇠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Ref.

1.JFK's eternal speech at Rice University on September 12th, 1962 setting the goal of the space race during the 1960's https://www.youtube.com/watch?v=g25G1M4EXrQ

2.나무 위키 더닝 크루거 효과 https://namu.wiki/w/%EB%8D%94%EB%8B%9D%20%ED%81%AC%EB%A3%A8%EA%B1%B0%20%ED%9A%A8%EA%B3%BC

3.The University of Nottingham https://www.nottingham.ac.uk/~ntzcl1/literature/metacognition/kruge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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