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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orid Jul 27. 2021

내적 요소를 알고 나니
글쓰기가 두려워지기시작했다.

자기 성찰 글쓰기의 두려움 이겨내기

네가 일 잘하는 건 알겠는데...

- 꼬이기 시작한 이유는 나였다.


나는 연구소 소속으로 현재 직장에서 12년째 다니고 있다. 가공 설비 오퍼레이터로 시작해 CNC 프로그래밍, 생산기술, 마지막으로 제품 설계 연구원이 됐다. 취업 규칙상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지만 내 업무가 아닌 것까지 받아서 한 지 6~7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하다 보면 관련된 부서에서 가져갈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해당 업무를 할 줄 안다는 것, 잘 모르는 업무를 받으면 어떻게든 공부해서 완수하고 성과를 내니 자연스럽게 내 일로 굳혀졌다. 1년에 3~5일 쉬는 일상이 반복되니 번아웃이 왔다. 하지만 티 내면 안 됐고 일이 줄기는 커녕 늘어만 갔다. 업무 분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해야 되는 이유를 물어봤지만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각종 업무을 하는데 좀 더 디테일하게 질문하면 아래의 말들을 듣게 됐다. 


( ) 안의 말은 마음속의 외침이다.

"많이 컸네?"  ("그쪽이 안 컸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너 요즘 잘 안도와 준다며?"  ("한 번에 할 일을 꼭 두세 번에 해야 돼서 물어본 건데요?") 

"네 생각은 알겠는데, 그냥 하면 안 돼?"  ("결과는 책임져주시나요?")

"좋은 게 좋은 거야, 너무 그렇게 하지 마." ("구체적으로 어떤 게 좋은데요?")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왜 갑자기 업무분장을 말하는데? 중소기업에선 할 줄 아는 사람이 하는 거야. 업무를 다 나누면 일이 어떻게 돼?" ("아니... 그쪽 팀 일이니 배우셔야죠. 전 그 일 도와주려고 공부한 건데...")

"나는 잘 모르니까 잘 아는 네가 해야지." ("저기 저도 잘 몰라 찾아보고 공부한 일인데요.")


분명 내가 할 일이 아니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잘 모른다는 말을 듣고 나도 잘 모르는 일인데 공부해서 도와줬으며 내 일이 아닌 그들의 일 때문에 야근과 철야 그리고 주말 특근까지 했는데 어느 순간 도와주던 모든 일의 책임자가 돼 있었다. 참고 일하다 결국 못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해야 될 사람은 책임 없이 간섭하고 쓴소리 한 번에 앞뒤 맥락이 없이 '(내가 해야 될) 일인데 안 한다.'와 '(그동안 잘하던 일을 요즘은) 안 도와준다.'로 위에 보고 한다. 여러 험담을 듣게 되니 미칠 노릇이었다. 몸과 마음,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꼬이기만 하니 점점 날카로운 대답들이 나갔다. 원리 원칙으로 이야기해버리며 마음을 닫았던 기간이 있었다.


그렇게 번 아웃이 왔지만 말하지 못하고 참고 버텨야 하는 악순환에 묶여있었다. 설득해본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연구소에서 00이 처리 안돼서, 00이 안 와서.."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화살이 연구소로 오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나는 팀원들에게 "나처럼 일하지 말라."라는 말과 함께 내가 맡았던 다른 부서의 일을 천천히 쪼개서 털어내기로 했다.



결과를 보고 느낀 것들

- 약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강점 발견을 하게 되면 각 강점에 집중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나온다. 5가지 강점을 확인하는 기본 보고서를 보고 그 테마의 책만 보더라도 어떤 것을 주의해야 되는지 쓰여있다. 왜 내가 저런 말을 들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강점이 약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태니지먼트에서 태도로 평가했을 때도 약한 태도의 영향이었고, 16PF에서도 치우친 쪽의 영향인 듯 보였다. 게다가 최근 읽은 『초 생산성』이라는 책에서 업무를 잘라내는 방법과 거절하는 방법 그리고 위임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주의해야 하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한 부분이 맞아 들어갔다.


여러 책과 칼럼을 보면서 책임과 역할에 대해 말하던 내가 어땠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원하는 바(고쳐졌으면 하는 것)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아이디어(대안)를 제시했는지, 상대방이 (내 말투나 태도에서)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은 건 아닌지, 상대가 나와 같은 마음일 거란 착각은 없었는지 같은 여러 방면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나는 시간이 길어지고 평행선이 그어지면 원칙적이며 직설적으로 했었고, 원칙적인 것을 이해시키려 했으니 당연히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 결과 상대방이 윗선에 보고할 때 감정이 들어간 상태로 구두(口頭) 보고를 하니 당연히 마이너스였다. 제대로 소통을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며 내 약점을 발견한 것이다.


자기 발견과 자기 계발과 관련해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이미 나빠진 내 평판이 극적으로 좋아지길 바라는 건 '비현실적이다'라는 것이다. 그저 묵묵히 할 일을 하면서 천천히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생각처럼 쉽게 될 리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란 녀석이 조금이라도 있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나 스스로 변화를 시도한 지 겨우 5개월째에 접어들었고 주변에 변화가 생기는지 살짝 곁눈질로 보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내 강점과 성향의 키워드는 찾기 전

- 자기 성찰 글쓰기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강점 발견과 태니지먼트로 당연하다고 생각한 행동이 내게 약점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이 내용들(강점과 약점, 성향 검사 결과)을 공유하고 분석하는 글을 공개된 공간에 쓰는데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다. 홀딱 벗겨진 채로 길거리로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최근 읽고 있는 책 『자기 통찰』에서 말하는 '자기 성찰'과 '자기 인식'의 차이점과 오해를 알게 됐다. 이는 나중에 서평이나 다른 글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처음 자기 발견과 자기 인식을 하려는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줬고 나 역시 그 방법을 썼다. 앞으로 연재될 글 안에서 작은 도움을 주고 싶어 내 결과 분석과정을 차근차근 적어볼 예정이다. 블로그에서 처음 분석해본 것과 약간 달라질 것 같고, 글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 내가 개인적으로 분석한 것을 적어본 것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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