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찾는 것
어제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있었다. 감사하게도 ‘비하인드 더 문’이 극본상, 작곡상, 무대예술상, 남우주연상, 작품상, 대상에 노미네이트 되어 다녀왔다.
2년 전,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라흐 헤스트’로 극본상, 작곡상, 작품상을 타고 두 달 후에 쓰러져 투병 생활을 시작했었다. 작가로서 이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끊임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래서 작년에 열린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온라인으로 보지도 않았다. 이젠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6개 부문이 노미네이트 되어 축제를 즐기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뭔가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 보상받는 기분이어서 노미네이트 발표가 있던 날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다. 비록 많은 부분에서 상은 타지 못했지만 그래도 영상디자인 감독님이 상을 타서 행복했다.
어워즈가 끝나고는 사랑하는 친구들과 화목순댓국에 순댓국을 먹었다. 비록 예전처럼 소주는 못 마시고 탄산수를 마셨지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마치 예전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리고 오늘, 외래가 있어 병원에 갔다. 3개월마다 돌아오는 정기검진 결과를 듣는 날이었다. 원래라면 전날 긴장되어서 잠도 못 자고 그랬을 텐데... 어제 어워즈의 여파로 꿀잠을 자고 외래에 늦을까 봐 조마조마하며 신촌 거리를 뛰어서 아슬아슬하게 도착을 했다.
깨끗하다는 CT 결과를 듣고, 이제 이식한 지 1년 지났으니 회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조금 먹어보라고 하셨다. 드디어 날음식 허락이 난 것이다!!!!!!!!!!!!!!!!
떠나기 전, 교수님께 뮤지컬어워즈프로그램북을 보여드리며 ”교수님이 살려주신 덕분에 노미네이트 되어 뮤지컬 어워즈 다녀왔어요.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자 무뚝뚝한 교수님이 조심스레 ”저 이 프로그램북 주시면 안 돼요? “라고 하셨다. 흔쾌히 교수님께 프로그램북을 드리고 나오는데 뭔가 뭉클했다. 살아서 지금 이 모든 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골다공증 때문에 내분비내과 외래까지 간 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초밥집에 갔다. 대학생 때부터 가던 초밥집인데 내 입에는 여기 초밥이 제일 맛있기 때문에 회허락을 받는 날만 기다려왔다. 2년 만의 초밥이라 그런지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교수님이 조금만 먹어보라 했지만 언니랑 엄마와 함께 세 접시나 먹고 여의도로 향했다.
요즘 나는 드라마교육원에 다니고 있다. 원래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어 신문방송학과에 간 건데, 어쩌다 보니 흘러 흘러 공연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 한켠엔 꼭 드라마를 쓰고 싶단 마음이 있었는데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늘 마음만 먹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지 않기로 했기에 등록을 했고 작년 11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여의도로 드라마 수업을 들으러 간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조카와 글자와 시간을 보내고 반신욕을 하고 침대에 눕는데... 정말 오늘 하루가 너무 완벽하단 생각을 했다. 아프기 전에는 초밥 먹는 일이 이렇게 간절한 일이 아니었는데... 그냥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땐 그것이 감사고 행복인 줄 몰랐다.
아프기 전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행복해하기 위해, 행복을 이루기 위해 많이 노력했었다. 비싼 와인도 마셔보고, 비싼 가방도 사보고, 점점 더 좋은 곳으로 이사도 가보고, 꿈의 극장에서 공연도 올리며 나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고, 나는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이 계속 이어지진 않았다. 자꾸 행복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등장했고 그때마다 나는 ‘행복해지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생각하고 우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행복은 이루는 게 아니라 찾는 거란 걸. 이미 내 주위에 행복은 너무나 넘치게 있었다는 걸. 아침에 눈을 떠 이 하루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 늦었을 때 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몸에 케모포트가 없어 시원하게 반신욕을 할 수 있다는 것, 말릴 머리가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이미 하느님께서 나에게 넘치게 주신 행복 선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행복을 찾아 내 하루를 행복으로 채우려고 한다. 오늘도 내 침대에서 글자를 바라보며 잠에 들 수 있음에 한없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