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이 행복했던 일 년
2025년 12월 31일, 마지막 해가 지는 걸 가족들과 글자와 함께 보고 왔다. 작년에 투병하면서 제발 단 하루만이라도 보통의 하루를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나 보통의 하루를 살게 해 주시다니... 정말 하느님의 은총이 끝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가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1년이었다. 아프기 전에 ‘내가 언제 행복했지?’ 생각해 보면 큰 사건들이 있을 때 주로 행복했었던 것 같다. 공연을 올리거나, 여행을 갈 때 크게 행복했지 이렇게 지금처럼 매일매일 행복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올 한 해는 노래 가사처럼 빈틈없이 행복했다.
물론 일상을 살면서 스트레스받는 순간도 오지만 그때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때를 생각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을 때, 생각나던 기억들과 사람들은 다 내가 사랑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눈 감기 전에 기억도 나지 않을 사람들과 사건들로 내 소중한 하루를 망치지 말자!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가끔 미래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정신 차려!” 스스로에게 외치며 오지 않는 미래보다 지금 현재를 살려고 노력한다. 다음 달이면 또다시 정기검진인데 부디 제발 결과가 좋아서 또다시 재밌는 3개월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작년에는 무균실에서 새해를 맞이해서 사실 기억이 없다. 그때는 새해라는 기쁨보다 오늘 하루를 잘 넘기는 게 중요했기에 토하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잠을 자려고 했었다. 그러다 겨우 눈을 떠 엄마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서, 내 침대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니... 이런 축복이 또 어디 있을까? 정말 복 받은 인생이다. 행복하다.
올 한 해 내 꿈은 단 하나였다. 다시 아프지 않기.
내년 목표도 단 하나이다. 다시 아프지 않기.
내년에도 아프지 않고 천천히 자주 행복하고 싶다.
모두 올 한 해 살아내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