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사람도, 질문받는 사람도 아직 질문이 어색하다면 질문게임을 추천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하면서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질문을 주고받는 일에 익숙해질 겁니다. 게다가 질문게임은 마침표 대신 의문부호 찍는 변화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한번 해볼 만한 질문게임 소개합니다. 먼저 “만약에” 게임이 있습니다. <자녀성공대화법, 김상옥>에 소개된 이 게임은 엉뚱한 생각을 격려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임입니다. 놀이 방법은 이렇습니다. 순서를 정해서 질문하고 답하는데, 이때 질문은 황당한 생각일수록 놀이가 재미있어집니다. 물론 게임의 승자는 가장 재미있는 질문을 한 사람으로 정하는 거죠. 아이들의 재치와 상상력이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이 될 겁니다.
“만약에 입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에 하마를 집에서 키운다면?”
“만약에 컴퓨터가 모두 사라진다면?”
재미난 질문을 생각해 내려고 아이들이 눈동자를 얼마나 열심히 굴리는지 모릅니다. 안 웃고는 못 배긴답니다. 집에서 하마를 키우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바닥을 치고 뒤로 넘어가며 웃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날 지경입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한 건 하마가 똥 누는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마는 물속에서 일을 봅니다. 이때 작고 귀여운 꼬리를 좌우로 열심히 흔든답니다. 물속에서 일을 보면서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시나요? 하마가 우리집 화장실 욕조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이 뒤로 넘어갈 수밖에요. 이때 황당한 질문 사이에 조금 “상식적인” 질문이 나오면 굳이 황당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떠오르는 생각을 질문해도 좋습니다. 위의 질문 중 마지막에 나오는 질문을 듣고 전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컴퓨터를 대신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황당한 질문은 아니니 게임의 방향에서는 약간 어긋날 수는 있지만, 아이들과 게임 하면서 꼭 일등 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덧붙여도 충분히 좋은 질문입니다. 게임이니 답해야 하는 부담감이 없어 더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질문에 익숙해질 수 있으니 즐겁게 게임도 하고 유익함도 얻는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지요.
<하브루타 질문놀이>(이진숙)는 질문놀이의 보고와 같은 책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하브루타 질문 수업 실천사례집이라는 방향에 맞게 쓰인 책이라 수업자료 중심으로 정보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나 학원의 교실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꿀팁이 그득한 책입니다. 그중에서 먼저, 질문으로 읽기 놀이는 아무리 강추해도 부족합니다. 놀이 방법도 간단합니다. “교과서나 동화책의 서술형 문장을 의문형 문장으로 바꾸어” 읽으면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아름다운 공주였습니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성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 성에는 비싸고 좋은 옷이 많았습니다.
공주는 로널드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 참이었습니다.”
이제 문장 말미를 질문형으로 바꾸어 읽어봅니다.
“엘리자베스는 아름다운 공주였습니까?
엘리자베스 공주는 성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 성에는 비싸고 좋은 옷이 많았습니까?
공주는 로널드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 참이었습니까?”
<하브루타 질문놀이> (이진숙, 41쪽)
재미있는 건, 책에 소개된 학생들의 반응입니다. 질문으로 읽으니 엘리자베스 공주가 정말 아름다웠을지 궁금증이 생기더랍니다. 평서문으로 읽었을 때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던 문장이었는데 어미를 바꾸니, 생각이 떠오르더라는 거죠. 질문의 힘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같은 책 48쪽에는 질문 릴레이법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주제어를 선택해서 스무고개 만들 듯 질문을 만들어가는 게임입니다. “가족”을 주제어로 소개된 예시 질문은 이렇습니다.
너의 가족은 몇 명이니?
가족이라는 의미는 누구까지일까?
너는 가족 중에 누구와 가장 친하니?
옛날에는 대가족이었는데 요즘은 왜 핵가족일까?
너의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니?
한집에 산다고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기러기 가족은 왜 생겼을까?
기러기 가족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일까?
기러기 가족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우리 가족이 나에게 가장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 만들기 게임이라면 집에서도 아이들과 얼마든지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저녁 이렇게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 가족이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질문 만들기 게임 하자~ 질문 릴레이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이진숙 선생님은 우리 선조들의 인문학적 지혜의 산물인 속담도 질문게임의 소재로 소개합니다. 속담을 질문으로 바꿔서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방법인데, 매우 수준 높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을 평서문으로 접하면 ‘그렇다는군’ 하면서 별생각 없이 넘어갑니다. 그런데 질문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울까?”
마찬가지로,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칠까?”
어떠세요? 의문부호의 매직이 느껴지시나요? 선언적 진술인 속담을 의문문으로 바꾸니 의구심이 들고 여러 가지 경우에 관한 의견이 생깁니다. 머릿속에 찌릿찌릿 자극이 왔다면 여러분은 질문의 마법에 빠지신 겁니다. 이 게임은 하는 사람끼리 돌아가면서 속담을 질문으로 바꿔 말하고 앞에서 이미 나온 속담을 말하면 지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지지 않으려면 집중해서 상대의 말에 경청해야 하니, 집중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들에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묻는다면 “뭐 그렇겠지요. 속담에 그렇다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도로 마무리될 겁니다. 깊이 있고 폭넓게 생각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아이들이다 보니 피상적인 대화로 흐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으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게다가 게임이니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게임을 마치면서 나왔던 속담 하나를 택해 아이들의 생각을 나누면 구체적인 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까 나온 속담 중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었잖아. 네 생각은 어떠니? 정말 그런 거 같아? 아닐 때도 있을까? 어떤 때 그럴까? 그렇다면 왜 이런 속담이 있는 걸까?”
<질문의 힘> (사이토 다카시)에 소개된 “최고의 질문을 던져라” 게임은 특히 인원이 많을 때 적용하기 좋은 질문게임입니다. 전체 인원을 여러 조로 나누고, 각 조의 조원에게 번호를 붙입니다. 한 조의 1번인 사람이 먼저 질문을 받는데, 이때 다른 조의 1번인 사람이 질문합니다. 질문을 받기 위해 일어선 사람은 자신이 받은 질문 중에서 답하고 싶은 질문을 선택해 대답하면 됩니다. 선택받은 질문을 낸 조가 점수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수련회나 캠프처럼 처음 만나서 서로 잘 모를 때 아이스 브레이킹 목적으로 이용하면 좋습니다.
놀이는 재미있습니다. 재미있으면 또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반복하면 잘하게 됩니다. 놀이의 유익함이지요. 질문놀이도 그냥 질문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질문놀이 하면서 재미있게 놀다 보면 질문하는 방법도 배우고 질문하는 능력도 좋아집니다. 질문을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왕도가 있다면 아마도 그중 하나는 질문게임 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