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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사유리에 대하여

공감의 이상형이었던 그녀

by ASTR

“나는 사유리가 이상형이야.”

일본인 사유리가 4차원 캐릭터로 여러 방송에 출연할 때였다. 한때 나도 4차원으로 불렸으니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나는 진심으로 사유리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건 4차원 같은 엉뚱한 매력도 한몫했지만 사실 그녀가 공감에 대해-다른 누군가의 마음과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저 따뜻한 마음, 이라고 덮을 수 없는 그 마음은 요즘 현대사회에 보기 힘든 그런 종류였다. 아마도 그녀가 방송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 지금은 닫아둔 - 트위터에 쓴 글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예전 싸이월드를 하면서 사유리 찬가를 올렸던 기억도 있다. 만화 원피스의 패기를 예로 들면서 그녀가 상대의 기척을 강하게 느끼는 견문색 패기 능력자라고 하기도 했었다. 생명과 존재의 의미를 강하게 느껴서 생각도 읽고 예측도 하는 그런 능력 말이다. 그만큼 나에게 사유리는 사람 좋은 사람을 넘어 사람과 연결되고 따뜻함을 주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사유리가 다시 떠오른 것은 정자 기증으로 임신과 출산을 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빅뱅-! 사유리가 이렇게 사회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하루 종일 피드는 사유리 이야기다. 아니 정확히는 사유리가 던진 화두에 대한 이야기.


사유리가 그런 결정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역시 사유리구나, 싶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를 낳고 싶은데 사랑 없는 결혼은 힘들 것 같다고 했고, 혼자서 임신과 출산까지 다 해냈다. 사람과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을 가졌던 사유리는 어쩌면 본질을 깨달은 것일 수도 있다.


관계는 공감이며 곧 책임이라는 것. 책임은 반응할 수 있음’라는 뜻의 영어단어 리스폰스빌리티. 상대의 상처가 내 몸의 상처처럼 반응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공감이고 책임이며 서로 연결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 관계의 달인이었던 사유리는 이제 그 끈을 자신의 아이에게 뻗어나가려고 한다.


사유리의 이번 결정에 대해 좋은 이야기도 많지만 오지랖들도 많은데 - 걱정 마세요. 우당탕탕 하겠지만, 우왕좌왕하겠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행복이니까. 그녀의 아이에게도.


한때 내 이상형이었던 그녀를

그렇게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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