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가 해드리는 효도 음식
오늘은 특별판이다. 간만에 쉬는 날이고 하니 엄마이빠를 위해 요리를 해보기로 한다.
"아침해드릴게요!"
"그래."
오잉 지금 몇시지.
아..안돼!
는 말을 하기도 전에 엄마는 이미 밥을 차리고 있었다. 아들래미에게는 기대도 없다. 아마 내가 늦게 일어나리란걸 예측이라도 한듯이.
그래, 아침이 안된다면 점심이다. 메뉴는 좀 거창하게 정해본다. 아빠가 좋아하는 닭도리탕이다. 재료는 아래와 같다.
닭볶음용 닭, 감자, 양파, 올리고당, 간장, 고춧가루, 다진마늘이다. 닭과 올리고당 빼고 집에 다 있어서 준비하는데 수월.
자 그럼 이 지구로 날아오는 운석 같는 감자와 양파를 브루스 윌리스 딥임팩트 하는 심정으로 처리해보자.
감자 먼저.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감자깎는 기구를 찾았다. 슥슥. 감자를 새사람으로 만들어주자.
감자를 다 깎았으면 이제 썰썰할 차례이다.
감자는 큼직하니 4등분으로 잘라주자. 도리탕이 들어가는 감자는 큼직해야 제맛.
감자 전분을 빼주기 위해 살짝 물에 담궈준다. 10분 정도만.
자 다음은 양파링이다. 양파가 매력적인 점은 참 까도까도 과연 어디까지 까야 제대로 깐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충 하얀게 나와줄때까지 까주자.
양파는 6등분으로 쵸로롭 잘라주자. 감자와 양파를 한곳에 잘 놔두고. 추가적으로 당근이나 파를 잘라써도 좋다.
그리고 닭을 손질할 차례이다. 이게 중요한 부분이다. 마트에 가면 다 손질된 닭들을 판다. 손질 끝!
닭을 깨끗히 씻어서 냄비에 담는다. 여기에 물 세컵과 올리고당 세스푼을 넣는다. 먼저 닭을 삶아줘야 된다. 그럼 치느님 동생 삶치가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보골보골 끓인다. 삼계탕 같아 보이는 건 착각. 저 위에 하얗게 올라오는 기름 거품들은 다 뱃살이니 다 숟가락으로 걷어내자.
보골보걸 끓으면 다진 마늘을 투하한다. 대충 세 스푼 정도 넣으면 된다. 3. 2, 1, 투하!
감자도 넣어준다. 잘가라. 땅 속에서 태어나 너의 몫을 다하는 순간, 이제 그 시간이 왔다.
그럼 대충 이런 모양새가 된다. 기름기도 약간 올라오는 그림.
한 3분 있다가 양파도 넣어준다. 양파의 매운맛이 닭의 비린내를 잡아준다, 는 그냥 그럴 것 같은 내 생각.
그럼 또 한번의 비쥬얼 대격변. 숟가락 한번 올려보고 싶은 그림이 됐다.
자 여기에 간장을 넣는다. 남자답게 국자에 간장을 세 국자 정도 팍팍 담아서 투하한다. 치킨 중에 치킨은 간장 치킨, 도리도리 닭도리탕은 간장 맛!
이라고 나 혼자 소심하게 생각해본다.
간장맛과 퓨전해 맛을 어울리게 해줄 고춧가루를 투하한다. 고춧가루도 세 국자 정도 넣어준다.
그럼 모양새는 거의 닭도리탕 비스므리하게 만들어졌다. 여기서 좀만 졸이면서 끓이면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닭도리탕이 완성된다.
이왕 하는 김에 밥도 하자. 난 정말 효자야.
그런데 닭도리탕의 성공에 흠뻑 취해있던 나는 밥 정도야, 코 파듯이 쉽지 라도 생각해버리는 패착을 저지르고 만다. 그것은 계란 오믈렛 이후 알게 된다.
반찬 하나 정도 할 시간이 되어 계란에 우유, 마가린과 참치의 조합으로 만든 오믈렛을 만들았다. 와 다만들었다 라고 하는 순간 코 끝을 찌르는 기분 나쁜 예감.
밥이 타버렸다.
그리고 나도 함께 탔다. 영원히.
그 뒤로 엄마아빠가 오셨고 나의 닭도리탕 업적은 밥 탄 냄새에 완전히 묻혔다. 밥을 제대로 짓는 법에 대해 다시 한번 훈시를 들었다.
하지만 닭닭을 식탁에 올리니, 그래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얘야 닭이 좀 싱겁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아떻게 만들어냈다는 것.
이렇게 남자요리 특별판을 마친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쉬는날 엄마아빠 요리를 해줘야겠다는.
남자요리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