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를 위한 남자요리
B와는 항상 뭘 먹을까 이야기를 한다. 엄청난 미식가는 아니지만 특유의 우유부단과 맛있는 요리에 대한 욕망이 뒤섞어서 한참을 머리를 맞댄다. 결론이 안 나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입을 앙 다무는 것이 우리 둘의 매주말의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는 평소와 달리 먹고 싶은 걸 금방 정했다. 예-전에 장모님이 집에 오셨을 때 나름 호평을 받았던 닭꼬치구이. 한번 만들었던 거라 자신도 있겠다 바로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준비물도 크게 없다. 닭이랑, 같이 꼽고 싶은 미세한 우주의 식물들만 있으면 된다. 우리는 버섯과 파프리카, 대파 정도를 골랐다.
닭다리살과 닭안심 이렇게 골라서 샀는데 사실 닭다리살은 버터구이 해 먹으려고 따로 뺐다. 근데 나중에 먹어보니 다리살을 꼬치에 하는 편이 나은 듯. 안심은 약간 퍽퍽한 느낌이라 약간 기름진 다리실이 더 맛있을 듯하다. 사실 기본인데 아쉬운 선택.
밑간을 해야 한다. 소금 약간 후추 약간과 함께 청주 한 스푼 넣어서 조물조물해준다.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면서.
여러 가지 야채들 준비된 거 가지고 이제 꽂으면 된다. 꼬치구이를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이 시간 때문이다. B와 함께 나란히 서서, 혹은 앉아서 꼬치에 고기와 야채를 꽂는 시간. 상당히 평화롭다. 우리 인생의 수많은 고락이 함께 꽂히며 뭔가로 완성되는 기분이다. 그건 아마 함께라는 느낌.
간장 베이스의 양념을 만든다. 간장과 설탕, 올리고당, 그리고 청주 혹은 맛술. 사실 이 배합이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데 이번에는 약간 실패한 듯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인데 한번 성공했었으니까 엄마와 아들을 다 만나본 셈이다.
다 꽂았다. 지나고 보니 여기다 생후추를 좀 더 팍팍 뿌려도 될 것 같다는 비주얼이네.
약~간의 식용유와 함께 이제 본격적으로 구이를 시작하자. 그런데 이때부터 뭔가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을 감지하고 굉장히 속상해졌는데 약간 겉바속촉 같은 꼬치고기가 되어야 하는데 약간 삶은 고기처럼 변하고 있었다. 야채에서 물이 나오기도 했고 안심으로 해서 그런지 말이다. B에게 계속 울상을 지으면서 요리를 했더랬다. 나의 칭얼거림을 받아주는 B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구이 위에 아까 만든 양념을 뿌리고 같이 조려주면 완성. 지금 다 만들고 보니 다시 한번 복기되는 것이 첫째는 고기 선택, 둘째는 양념이 얼마나 잘 배어있는지. 고기는 닭다리살로 하고 양념 같은 경우에는 약간 어느 정도 재워두는 게 좋을 듯하다. 살까지 양념이 배어있지 않고 따로 논다고 해야 할까. 따로 놀지 말고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해도 그 서먹함은 어쩔 수 없더라.
그래도 맛있게는 먹었다. 아쉬움이 남은 요리였지만 B와 도란도란 꼬치 꽂으면서 같이 만든 시간이 소중한 것이다. 그게 중요한 거였다.
B의 총평 : 닭다리살로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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