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를 위한 남자 요리
B가 말했다.
“오빠 주말에는 닭요리를 먹어보면 어때?”
“흠, 어떻게 해볼까.”
“꿀간지도 좋고”
“오케이, 한번 고민해볼게!”
라고 이야기했지만 마트에 가서 닭을 살 때까지 메뉴 확정이 안됐다. 기어이 닭볶음탕으로 생각하고 재료도 샀다. 그러다 다시 좀 찾아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요리. 오마카세도 아닌 프리카세. 무려 프랑스 가정식 스튜 요리이고, 생각보다 간단한 레시피(는 아니지만 간단하게 한 버전)에 B에게 컨펌받고 진행하기로 하였다.
재료에 핵심은 닭이다. 나는 닭볶음탕을 생각하고 그러한 용도로 구입을 했는데 사실 프리카세는 뼈가 있는 것보다는 닭 순살로 요리하는 것을 권장한다. 뼈가 있어도 상관은 없지만 먹어본 결과.
닭을 먼저 깨끗이 씻는다. 닭볶음을 하면 우유에 담가놓는다든지 아니면 끓는 물에 한번 데치는 작업을 하는데 요거는 바로 프라이팬 행이기 때문에 좀 더 꼼꼼히 씻었다. 작은 뼈는 바로 발랐고 물기를 좀 빼둔다.
자,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야. 피카츄.
열이 오른 팬에 기름 조금 두르고 버터를 투하한다. 버터의 양에 대해선 학계의 왈가왈부가 많은데 나는 한 뭉터기를 넣었다. 버터 많이 넣어서 맛있지 않은 걸 본 적이 없다는 나의 지론이기도 한데, 급 걱정은 됐다. 요리 전에 B가 이렇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오빠, 이거 너무 느끼한 요리는 아니지?”
하지만 이미 닭까지 투하하였다. 되돌릴 수 없다. 아까 마저 못한 소금과 후추를 닭 군데군데 뿌려주고 (느끼한 걸 잡아주는 걸 기대하며 후추를 신경 써 뿌려줬다) 너무 타지 않게 중불에서 노릇노릇 구워준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너무 욕심이 과했던 것이다. 버터를 너무 많이 넣어서 버터탕이 되어 버렸다. 닭볶음탕이 아닌 닭버터탕.
여기서 멘붕이 왔지만 어쩔 수 없다. B를 한번 쳐다보고, 수습을 위해 버터가 졸아들 때까지 꽤나 시간을 투자한다. 버터가 자연스레 닭에 스며들고 노릇하게 겉면이 구워질 때까지.
닭이 어느 정도 구워지면 닭을 다른 곳에 빼내고 그 닭기름과 버터를 그대로 활용한다. 간마늘 조금, 양파 썬 것을 넣고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슥슥.
그다음은 버섯 투하. 클래식 레시피는 양송이를 보통 쓴다. 우리는 닭볶음탕에 넣기로 한 새송이버섯을 넣었다. 사실 마음대로 해도 된다. 팽이버섯도 가능할 듯.
버섯도 조금 익었다 싶으면 밀가루 두 스푼을 넣는다. 아마 걸쭉하게 하는 역할인 듯. 요것도 클래식 레시피는 닭 자체에 밀가루를 묻혀 투하하지만, 요렇게 단순화해서 진행했다.
그리고 프리카세 스튜를 만들어보자. 원래 클래식은 크림과 화이트 와인이 필요하다. 집에 있나? 없다. 그래서 대신 우유와 맛술(미림)을 넣었다. 재료는 다음과 같다.
물과 우유 각각 200ml
맛술과 간장, 설탕 각각 두 스푼
소금은 톡톡
여기에 식초도 두 스푼이었는데 약간 꺼려져서 살짝만 투하. 케첩은 집에 있는 배달용으로 같이 온 짜서 먹는 토마토케첩으로 나중에 뒤늦게 투하. 또 여기에 다른 레시피에서 봤던 치킨 스톡도 한 스푼 투하. 일단 넣어봤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또 한 번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닭볶음탕을 먹으려고 했었기 때문에 당면이 있다.
“여기에 파스타 면을 넣는 거야”
“당면은?”
“흠, 파스타면이당 당면 중에 하나만 넣자!”
“그럼 난 당면!”
B의 의견에 따라 미리 불려둔 당면도 투하.
보글보글 타임. 중간불에 10분, 한번 뒤적거려주고 다시 약한 불에 10분. 그럼 끝이다:
요러한 비주얼이 되었다. 먹어보니 약간 로제 크림 같은 맛이 난다. 닭볶음탕이 아닌데 닭볶음탕 같은 느낌도 나고. 생각보다 간은 잘 맞았다. 당면도 잘 어울리고. 프리카세는 알고 보니 프랑스 닭볶음탕이었던 것이다.
크림과 화이트와인으로 하면 좀 더 풍미가 있을 것 같다. 플러스 살코기로만. 다음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요리. 오마카세 말고 프리카세.
B의 한줄평: 느끼하지 않은걸! 진짜 파스타면 같이 먹어도 딱이겠다.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