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은 치킨으로부터 온다 : 조류독감전

아스트랄 단편선

by ASTR

정민은 먹던 치킨을 내려놨다. 정확히는 퍽퍽 가슴살이었다. 양념이 적당히 베어서 식감을 상쇄해 주는, 정민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였다. 말도 안 되지만 다리살보다도 더욱. 반면 수정은 뼈에 붙은 연골을 좋아했다. 오독오독 씹는 게 좋다나. 정민이 다 먹은 치킨뼈 조각에서도 용케 연골을 찾아서 씹곤 했다.

“오빠, 다 먹었어? 이거 내가 먹는다. 어, 에이. 퍽퍽살이네.”

그런 푸념에 정민은 아무 말 없이 TV를 가리켰다. 수정은 정민의 손가락 끝을 따라간다. 건조한 뉴스 보도가 나오고 있었고, 기묘하게 클로즈업된 치킨박스들이 보였다. 닭 농장에, 철장 안에 가득 머리만 내밀고 있는 닭들이 있었고, 모자이크 된 채 흙더미에 덮이는 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아래 뉴스바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조류독감 검출 치킨, 전량폐기’


세상에 없던 문장이었다. 무척이나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조류독감은 알겠는데, 치킨에서 검출됐고, 그래서 전량폐기했다니. 조류독감 걸린 닭들을 살처분한다는 이야기는 매해 들어서 안다. 그런데 치킨이라니. 내가 아는 그 치킨이 맞던가. 정민은 생각했다. 치킨을 땅에라도 묻을 건가. 양념치킨, 뿌링클치킨, 간장치킨들이 흙에 버무려지는 상상을 한다.


분명 <본 화면은 이해를 구하기 위해 삽입됐을 뿐 실제 브랜드와 관련 없습니다>고 작게 적혀있지만, 정민은 더 이상 치킨을 집을 수 없었다. TV에 떡하니 나오는 게 정민이 먹던 바로 치킨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업계 1위는 아니었지만 마니아층이 있는 브랜드였다. 모자이크를 해도 그 촌스런 닭 캐릭터를 못 알아볼 수 없었다. 선택지가 많아져도 고민하지 않고 주문하던 그 치킨. 심지어 방송에 기자라는 사람이 책상에 무슨 범죄에 쓰인 무기마냥 펼쳐놓고 브리핑하는 치킨 종류가 퍽퍽살이라는 것까지 기분 나쁘게 닮았다.


“오빠, 치킨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이야기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튀긴 건데 바이러스가 살아있을 리가.”


살아있었다. 아주 잘 살아있었다.


사실은 이렇다. 튀기지 않는다 해도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인간을 위협하지 못했다. 자연 그대로라면 말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과학자들은 이 상황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무제한 룰렛 돌리기


가능성이 낮아도 수없이 수없이 돌리다 보면 언젠가 인간을 전염시킬 수 있는 형태로 변이가 당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류독감은 포유류에 절대 옮길 수 없는 형태였지만... 당첨. 룰렛이 돌아가다 확인도 어려울 만큼 미세한 틈-극도로 낮은 확률에 당첨이 됐다. 당첨되고, 바이러스는 방송에 출현해서 눈물을 지었을까? 꿈에도 그리던 포유류로의 진출을 성공했으니 말이다.


공교롭게도 포유류까지 진출했으니, 바이러스는 이제 몇 번의 문턱만 넘으면 됐다. 인간을 숙주로 삼는데 말이다. 너무 싱거워서 조류독감이라고 인간이 이름 붙인 바이러스는 웃음이 났다.


바이러스 세계에서도 물론 난리가 났다. 인간이 화성에 발을 디딘 것과 비슷하달까. 조류독감은 바이러스들의 일약 영웅이 됐고,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밝히곤 했다.


“제가 잘한 건 없습니다. 이 눈물 나는 결과는 모두 닭 덕분입니다. 한국인들 보세요. 작은 땅덩어리에, 그만한 인구수에 그렇게 닭을 먹어치우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룰렛에서 그 확률을 뚫고 십전팔기의 노력으로 이종간 전염에 성공한 건 다 한국인들 덕분입니다. 그들의 치킨 사랑이 그만한 개체수를 보장해 줬고, 닭에 옮긴 수만큼 저는 돌연변이를 시도할 수 있었죠. 땡큐, 코리안!“


하지만 조류독감은 한국을 만만히 봤다. 한국에서의 닭이란 치킨을 의미했고, 치킨이라는 의미는 180도의 기름 지옥을 견뎌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바이러스는 옆동네 바이러스에게 들었던 한국에 대한 풍문을 기억했다.


“그곳에서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병아리보다 조금 몸집이 커지면 기름에 떨어지곤 했다. 바이러스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튀겨졌다. 공교롭게도 그 치킨마니아였던 정민의 삶도 비슷했다. 중학생이 되고 철이 들 무렵부터 의대 준비반에 들어갔다. 의대 열풍이 불기 전이니까 그의 엄마는 꽤나 앞서 나가는 축이었다. 엄마는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조금만 버텨”라고 말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려니 했다.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한국이니까. 게다가 신기하게 위안이 된 것은,


주변을 돌아봐도 다 자기와 똑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 기름에 빠져서 튀겨지는 운명들. 다 같이 빠지니,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다. 정민은 그렇게 완전히 튀겨져서 노릇노릇한 의사가 됐다. 그리고 지금 곧 결혼할 여자친구와 함께 치킨을 뜯다가 운명처럼 치킨 연골 속에 숨어든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만난 것이다.


“치킨의 연골 조직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살아남은 걸로 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초고온의 튀김 과정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결과로, 어떻게 그러한 진화가 단기간에 가능했는지 국내외 과학계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정도 조용히 닭다리를 내려놨다. 수정에게 이제까지 아작아작 씹던 닭 연골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평생 몇 개의 닭 연골을 아작 냈던가. 오빠, 나 어떻게 해? 정민을 바라보자, 정민은 눈을 껌벅거리기만 한다. 여러 역경을 뚫고 기어코 자신의 입 안까지 들어온 이 쬐깐한 바이러스에 박수라도 보내야 할까.


마치 누가 한국에서 더 지옥불을 잘 견뎌내나 대결이라도 하는 듯, 바이러스는 인간이 더 이상 이길 수 없는 패를 내놓았다. 인류를 휩쓸고 간 코로나의 치사율은 1~10%였다.


그리고 인간에게 전염된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30~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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