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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Oct 19. 2016

야수를 사랑한 벨의 선택이 잘못된 이유

디즈니 클래식 '미녀와 야수' 속 연애이야기

메가박스 '디즈니 영화제'를 통해 1991년작 <미녀와 야수>를 다시 봤다. 영화는 모두가 아는대로 야수가 벨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고, 벨의 사랑을 받아 저주가 풀리게 되는 해피엔딩을 그린다. 그런데 진짜 해피엔딩일까?


결론부터 말하자. 벨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영화상에서 '나름 진보'적인 여성으로 표현되는 벨이 가스통과 야수 중에서 야수를 선택하게 되는데 사실 이 두 선택지 모두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선택하지 말아야 했다. 그녀는 그녀가 처음에 노래하던것처럼 더 큰 도시로 떠나야 했고 그녀의 꿈을 지지하고 인정하며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났어야 했다.


사실 영화상에서 비호감의 결정체로 표현되는 가스통과 '저주받은 왕자' 야수의 '좋은 남자친구 혹은 좋은 남편'으로서의 점수는 도토리 키재기다. 가스통은 영화 속에서 사냥을 무척 잘하며 얼굴이 잘 생겼으나 이기적이고 매너가 없는 성격으로 그려진다. 오늘날로 따지만 외모와 연봉 등 모든 스펙이 완벽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전혀 알지 못하는 연못남 정도가 되지 않을까. 자기는 정말 잘났는데 여자들이 자길 좋아해주지 않아 답답하고, 그 이유 조차 알지 못하는 남자. 그런 그가 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야수는 어떨까. 우리가 야수에 대해 가스통보다 낫다고 착시효과를 느끼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왕자'라는 것이다. 그가 물질적으로 '가진 것들'로 인해 진짜 그가 '가진 것'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운다. 벨이 그의 물질을 보고 사랑에 빠진 건 아니지만 실제로 영화 상에서 그가 가진 어떤 특성보다 가진 재력 혹은 소유 등으로 매력을 어필한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착시효과에 빠지게 한다.


두번째는 그가 벨에게 다정하게 변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관건이다. 처음에 야수를 경멸하던 벨이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했는데 이건 현대 많은 여성들이 빠지는 함정과도 같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야수가 원래 어떤 사람이였냐는 것이다. 야수는 원래 외모지상주의에 욱하는 성질, 남을 무시하고 하대하며 본인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참지 못하는 성향을 가졌다. 그가 저주를 받은 것도 그런 이유이고, 벨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떠 저주가 풀렸다-는 것이 이 동화에 주된 스토리라인이지만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 인간이 된 야수와 벨이 결혼하고 난 뒤 정말 행복할까?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야수는 그의 원래 본성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를 옥죄고 돌아보게 만든 유일한 장치였던 '야수'의 탈을 벗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삐뚤어진 미적 감각은 야수가 되기 전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제인 '내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려면 왕자를 야수로 설정할 것이 아니라 벨을 추녀로 설정하고 야수가 그 추녀에게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했어야 한다. 하지만 벨은 마을에서도 인정하는 미녀였고 그 미녀, 외적인 아름다움을 판단하고 좋아하는 야수의 취향은 저주받기 전과 동일했다. 왕자가 야수가 된 뒤 겪은 변화는 자신에 대한 낮아진 자존감 뿐이다. 야수가 사랑한 벨의 외모는 가스통도, 다른 마을의 모든 모자란 남자들도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였다. 영화 내내 야수는 벨의 외모 이외의 다른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고 사랑하지 못했다. 그것이 영화 엔딩 뒤의 이야기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엔딩 뒤의 이야기는 야수와 벨의 행동을 보고 대략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벨은 자신을 만나고 다정하게 변하는 야수를 보고 '그의 선한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모습이 그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사랑에 빠진다. 이건 보통 '나쁜 남자'에 빠지는 여자들의 심리 상태와 비슷하다. 분명 말투가 험하고 행동도 불량하지만 자신에게만 친절한,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 그래서 분명히 자신만이 그 사람의 착한 부분을 발견하고 있는 그런 상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연애의 결말은 거의 좋지 않다. 남자에 대한 착시효과에 빠졌기 때문이다.


벨의 외모를 보고 반했고 사랑에 빠진 뒤 그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야수가 콩깍지가 벗겨지고 권태가 오게 되면 어떻게 행동할까. 벨이 나이가 들고 추해졌을 때 그때도 그녀를 여전히 사랑할까. 본인의 원래 성질을 완전히 버릴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벨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 가스통도 아니고 야수도 아니였다.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그녀의 꿈을 더 크게 꿀 수 있는 큰 도시로 나갔어야만 했다. 밸은 성안에 공주로 살기에는 너무 아까운 '멋진 여성'이었다.


현실 속에 수많은 벨들이 있고, 또 몇번의 선택 그리고 후회가 있다. 그녀들의 주위에는 수많은 가짜 사랑으로 접근하는 수많은 야수들과 비호감 투성이 가스통들이 있다. 그들 속에서 우리는 '진짜'를 발견할 수 있을까. 영화 속보다 더 많은 가림막들이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걸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 느낌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우리 각자의 엔딩은 부디 영화 속 왕자를 쫒는 가짜 해피엔딩이 아니라 진짜 자신을 찾은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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