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침공

영화 <제5침공> 다시 만들기

by ASTR

디 아더스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다섯번째 침공이 끝난 후에도, 우리의 머리 위에.


"한번에 쓸어버릴 수 있을텐데.. 왜죠?"

클레이가 말했다. 그들은 지구 위의 인류를 모래 위의 성처럼 여기는 듯 했다. 가지고 노는 것처럼.


디아더스는 인간 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기나 해류 같은 자연 현상을 지배하고, 심지어 바이러스까지 조종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최고 기술이라고 으스대는 인류로서는 경악할 능력들. 그들을 두고 어떤 종교학자는 신의 재림이라고 되뇌었다. 어떤 과학자는 인간이라는 종의 자연스러운 멸종 수순이라며 체념했다. 또 어떤 정치인은 그들의 거대한 비행 모선 밑에서 '날 데려가주세요'라는 피켓을 들었다. 물론 하루도 안돼 죽었다.


"우리가 살아남았기 때문이지. 그들도 골칫거리일거야."

"최소한 동정은 아니네요, 아빠."

"그래. 동정은 아니지."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다섯번째 침공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디아더스가 인간의 몸을 하고 온다는 것이다. 그 모습이 인간과 너무 똑같아서 구별도 안된다는 소문이였다.


클레이가 동생, 아빠와 같이 살고 있는 대피소에도 이런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다. 살아남은, 이 지역의 몇 안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였다.


이곳의 아침 식사는 아포칼립스의 암울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아마 이 지구상의 몇 안 남은 쾌활함이었다. 집을 떠난지 6개월 째인 클레이에게는 그 시간이 소중했을 것이다. 지금은 없는 엄마가 끓여주던 따뜻한 스튜를 기억하며.


대피소의 이번달 음식 담당은 마크다. 가장 빨리 일어나 아침 음식을 만든다. 그의 딸은 클레이와 같은 클래스 친구였다. 하나 남은 가족이었는데, 세번째 침공 때 죽었다. 쓰나미에 쓸려가 시신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크는 대피소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다. 그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마크, 잘 잤어요? 오늘 아침은 뭐예요?"

"...."


국자로 노란 스튜를 퍼주는 마크의 얼굴에는 밤새 누군가와 싸운 것처럼 보이는 상처들이 있었다. 뺨 한쪽에 손톱 자국이 선명했다. 클레이는 마크에게 묻지 않았다. 무슨 일이였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 디아더스지?"라는 말이 유행한 것도 그 즈음이다. 밤이 지나고 나면 텐트 별로 죽은 사람이 한 사람씩 나왔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것을 견뎌하지 못했다. 그것이 '디아더스'의 증거라고 믿었다.


"클레이, 명심해라"

"네, 아빠."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녀에게 쥐어준 것은 47구경 권총이였다. 아무도 믿지 마라- 라고 말하며, 아빠는 그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클레이는 그 권총을 안주머니 깊숙한 곳에 찔러넣었다.


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건 살인이 아니였다. 색출이였다.

"이거봐! 마크 놈, 내 한패인줄 알고 있었어. 아마 우리 먹을거에도 이상한 걸 탔을걸?"

마크는 대답이 없었다. 대피소 사람들이게 맞아 죽은 마크의 시체는 대피소 한쪽에 버려졌다. 묘지도 없다. 죽일 놈의 외계인이니까. 아무도 동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평소에 의심하던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증거는 심증이였다. 그 심증이 모이면 확신이 됐다. 단체도 결성됐다. 총이나 칼로 무장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클레이의 아버지는 금새 디아더스로 몰렸다. 그 모임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건 옳지 않아요!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구요!"

"왜 디아더스를 두둔하지?"

"그래! 이건 우리 생존을 위한 일이야!"

"이제 우린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돼!"

"아니, 그래도..."


삼백명 넘게 생존해 있던 대피소엔 이제 60여명만이 남았다. 단체는 단체 스스로끼리 죽이기 시작했다. 공포는 사람을 잡아먹고 증오는 그 공포를 현실적으로 정당화했다.


클레이는 아빠가 죽은 다음날 훌쩍거리는 동생을 안고, 짐을 싸고 있었다. 아주 늦은 밤이였고 대피소의 모두가 잠든 시간이였다. 아빠가 없는 이곳에, 아빠를 죽인 사람들 사이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때 클레이의 텐트 옆으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발자국 소리였다. 클레이는 마른 침을 삼키며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동생의 입을 막고서.

"클레이."

나지막히 들려오는 텐트 밖 목소리. 단체를 이끌던 리더 목소리처럼 들렸다. 클레이는 총을 장전한다.


"난 네가 디아더스인 줄 알고 있다"

순간 텐트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맥없이 쓰러지는 그림자. 송글송글 맷힌 땀을 닦고, 텐트를 여는 클레이. 그녀의 눈 앞에는 죽은 사람 대신


여러명의 단체가 서 있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그 중 한 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후 클레이와 그 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클레이는 살아남은 몇 안되는 인류 중 한명이였을 뿐이다.


그리고 디 아더스는 여전히 그곳에만 있었다. 다섯번째 침공이 끝난 후에도, 우리의 머리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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