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 망원경 발사 35 주년
지난 목요일, 4월 24일은 허블 우주 망원경이 발사된 지 35년째 되던 날이다. 1990년 발사되던 당시, 기대수명이 15년 정도였다는데, 그 두 배가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천문학연구의 발전을 이루어낸 여러 가지 중요한 관측임무를 수행하였고, 일부 관측기기와 장치가 노후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현재도 작동을 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관측제안서를 공모하였고 필자도 제안서를 낸 많은 천문학자들 중의 하나다).
몇 년 전에 은퇴한 스피쳐 적외선 우주 망원경의 경우, 탑재된 검출기들이 외부의 열에 굉장히 민감하여 검출기의 온도를 인위적으로 절대 영도에 가깝게 낮추기 위한 냉매(액체 헬륨, 쓸수록 없어지는 소모재이다)가 필요하기 때문에, 망원경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자외선과 가시광영역의 빛을 관측하는 허블 망원경의 경우는 검출기 온도를 극저온으로 낮출 필요가 없어서, 기계부품의 관리만 잘 되면 훨씬 오래 쓸 수 있다 (그래도 35년이나 큰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위에서 말한, 스피쳐 적외선 망원경에 붙은 '스피쳐'라는 이름은 천문학자 '라이만 스피쳐'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인데. 허블 망원경에는 '에드윈 허블'의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허블 망원경의 근간이 되는 우주 망원경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하고 실제로 예산을 확보하여 개발, 발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라이만 스피쳐이다.
라이만 스피쳐가 1960년대 당시 젊은 연구자로서 우주 망원경에 관한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하였을 때, 말도 안 된다며 비아냥 섞인 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한 선배 학자는 "이보게 젊은 친구, 자네는 아직 젊으니, 자네가 살아있는 동안에 자네가 지금 제안하는 이 아이디어가 나중에 실패로 판명되는 것을 직접 보게 될 것 같은데, 참 유감이네"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허블 우주 망원경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고 스피쳐 본인도 돌아가시기 바로 전까지 허블 망원경이 보내온 관측자료를 분석하고 있었다고 한다.
저명하고 경험 많은 학자에게 조언을 구할 때, 그 사람이 '이 방법으로 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라고 하면 그 말이 맞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방법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라고 하면 그 말은 틀릴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 있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경험이 쌓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론 그 경험이 스스로에게 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유연한 생각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허블 망원경 35주년 축하해 주려다 딴 얘기로 흘러가 버렸다. 아무튼 생일 축하하고, 큰 고장 없이 오래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