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적색이동 값을 가지는 은하들
2021년 크리스마스에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구 저궤도를 벗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라그랑주 점에 도착하여 2023년 처음으로 자료를 전송해 오기 시작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보내주는 모든 면에서 혁신적이고 놀라운 관측결과들 중의 하나는 바로 큰 적색이동 값을 가지는 은하들의 발견이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고 우주공간에 분포하고 있는 은하들은 먼 거리에 있을수록 더 큰 적색이동 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주론적 적색이동을 재면 대상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적색이동의 값이 10 이 넘어가는 은하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적색이동 값이 10 정도 되면 우주가 생겨난 지 5억 년 정도가 지난 후인데, 이는 현재 알려진 우주나이 137억 년에 비하면 겨우 4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심지어 지구 나이 45억 년의 10퍼센트 밖에 안 되는) 말 그대로 우주의 여명 (cosmic dawn)인 셈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이 초기 우주에 있는 은하들을 발견하기 시작하자. 천문학자들은 요사이 경쟁적으로 큰 적색이동값을 가지는 은하들을 찾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우주가 시작된 이래 생겨난 '최초의 은하'를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럼 대체 천문학자들은 왜 '최초의 은하'들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1974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희귀한 뼈 조각들이 발견되었다. 발굴한 뼈 조각들을 맞추자,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직립보행을 뒷받침하는 신체적 특징을 가지는, 키 1.2미터의 '루시'라고 불리게 된 유인원이 나타났다. 루시가 살았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300만 년 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최초의 직립보행을 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벌이 되는 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그전까지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기 위해선 뇌가 먼저 발달하여 큰 두개골을 가지고 있어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루시는 예상과는 달랐다. 상대적으로 작은 두개골을 가지고 있었으나 신체적으로는 확실한 직립보행을 했던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인류가 직립보행을 먼저 시작하면서 현재의 모습과 같은 형태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은하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천문학에서는 은하가 어떻게 생겨나서 진화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이론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예를 들자면 거의 모든 은하들이 중심에 거대 질량을 블랙홀을 가지고 있는데, 은하가 생길 때 이 블랙홀이 먼저 생기고 은하의 별들이 차츰차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은하의 별들이 먼저 만들어지고 블랙홀의 생겨나 성장하기 시작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마치 인류가 두개골이 커지고 나서 (비약일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해 뇌가 발달하고 나서) 직립보행을 시작한 것인지, 직립보행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뇌가 발달하기 시작한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현재 발견되고 있는 초기은하들을 보면, 은하 안의 거대 블랙홀이 은하의 전체 질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우리 우주에 있는 은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 같아 보인다. 즉 초기에 블랙홀이 먼저 생겼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은하보다도 빨리 성장하는 블랙홀을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가설들을 생각해 내고 이를 모의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은 관측이 이끌어 나가는 학문이기 때문에, 아무리 기존 현상을 잘 설명하는 가설도 새로운 관측이 나오면 수정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천체의 형성기원과 진화를 이해하는 일은 마치 고고학자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존재하는 화석을 찾아 연구하는 것과 같다. '최초의 인간' 루시가 가진 300만 년 전이란 기록은 이미 깨진 지 오래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최고 기록인 적색이동 값이 14나 되는 은하도 언젠가는 그 보다 더 오래전에 생긴 은하가 발견되면 가장 큰 적색이동을 가지는 은하라는 타이들을 내주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최초의 은하'가 발견될 때까지 이 레이스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