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 관측하는 빛의 파장이 달라지는 이유
천문학자들은 빛을 관측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한 파장 혹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빛을 관측한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이 관측하는 빛의 파장은 그 빛이 관측하는 천문학적 대상을 떠날 때 가지고 있던 파장과는 다르다 (길어지거나 아니면 짧아진다). 이 차이를 천문학에서는 '적색이동 (길어지는 경우)'과 '청색이동 (짧아지는 경우)'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관측되는 적색이동 혹은 청색이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다. 천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용어이지만 동시에 혼란을 일으키는 용어 중의 하나이므로, 간단히 설명하고 지나가려 한다. 적색이동 혹은 청색이동이 생기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1. 도플러 적색이동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개념이다. 즉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는 광원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은 길어지고 반대로 가까워지는 광원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은 짧아진다. 광원의 우리에 대한 상대 속도에 의해, 관측되는 파장의 길이가 결정된다. 빨리 멀어져 갈수록 적색이동의 값은 커지고, 빨리 다가올수록 청색이동의 값은 커진다.
2. 우주적 스케일의 적색이동
우주는 공간적으로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다 (공간의 어디서나 팽창률은 같다). 우주 팽창이 천문학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것을 꼽아보라면, 아마도 많은 천문학자들은 적색이동이라는 말을 할 것이다. 빛을 파동으로 해석하면, 우리가 보는 빛은 파장을 가지게 되고, 공간을 전파해 가는 빛은 그 공간자체가 팽창하면 그 파장도 따라서 길어지게 된다 (빛은 다른 말로 하면 우주의 시공간에 걸쳐 존재하는 전자기장의 주기적 변화이므로 시공간 그 자체가 팽창하면 빛의 파장도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와 관측하는 대상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지 않더라도 그 둘을 포함하고 있는 공간 자체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이 적색이동은, 도플러 효과에 의한 적색이동과는 다르다.
공간의 팽창이라는 의미를 잘 생각해 보면, 관측자에게서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거리에 비례하여 빠르기 멀어져 가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내게서 1미터 떨어진 곳에 첫 번째 초가 있고 그 동일 선상에서 2미터 떨어진 (첫 번째 초로부터 1미터 떨어진) 곳에 두 번째 초가 있다고 하자. 이제 나와 초를 포함한 공간이 팽창하기 시작한다. 이때 공간이 균일한 팽창률로 늘어난다는 말은, 같은 시간 동안, 나와 첫 번째 초의 간격이 2미터로 늘어나면, 첫 번째 초와 두 번째 초사이의 간격도 2미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 결과적으로 팽창에 의해 첫 번째 초가 나에게서 1미터를 후퇴하여 2미터 떨어진 위치로 옮겨 갔을 때, 두 번째 초는 나에게서 2미터를 후퇴하여 4미터 떨어진 위치에 가 있어야 한다. 같은 시간 동안에, 가까이 있던 첫 번째 초가 1미터를 후퇴하는 동안, 첫 번째 초보다 두 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두 번째 초는 2미터를 후퇴하는 것이다. 즉, 두 배 더 빨리 멀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허블이 확립한 우주 팽창의 법칙이다. 거리가 멀수록 더 빨리 후퇴한다. 따라서 멀리 있는 물체 일 수록 적색이동 값은 커지고 적색이동값을 재면 그 대상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멀리 있는 천체(은하)는 정지해 있다고 하더라도, 우주공간을 따라 팽창하기 때문에 생기는 우주적 스케일의 적색이동을 가지게 된다. 만약 그 천체가 움직이고 있다면 (다가오거나 멀어지거나), 우주적 스케일의 적색이동에 더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도플러 효과에 의한 국지적인 청색이동 혹은 적색이동을 추가로 가지게 된다.
3. 중력 적색이동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강한 중력장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주변에 갔다 온 우주인들이 아직 젊은 반면 지구에 살고 있던 가족들은 이미 죽거나 나이가 많이 들어 있는 모습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빛도 강한 중력장이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면, 느리게 가는 시간 덕분에 그 파장이 역시 길어지게 된다 (그래야 특수 상대론의 토대가 되는 광속불변의 원칙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우주에서 중력적색이동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약하지만, 초기우주의 밀도 요동 때문에 생기는, 우주배경복사의 큰 스케일에서의 비등방성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밀도가 높아 중력장이 강한 곳을 지나오느라 중력 적색이동을 겪은 광자는, 파장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낮아져 우주복사의 평균온도 2.73도보다 아~~~ 주 조금 낮은 값을 가진다).
관측하고자 하는 선복사 (지난번 전자기 복사에 이어, 앞으로 흑체복사와 같이 설명하게 될 것이다)의 파장 (실험에 의해 정확한 값을 알고 있다)과 실제 관측된 빛의 파장의 차이를, 천문학자들은 우주론적 적색이동에다 도플러 효과에 의한 청색 혹은 적색이동을 더하여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