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공 아저씨에게 배운 교훈
여러 해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일이 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중고' 이긴 하지만 집이라는 것을 장만하고 나서 이사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실 바닥 구석에 물이 고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큰일이다...' 순간 느낌이 좋지 않았다. 보통 땅을 파고 기초를 놓은 뒤 구조물을 올리는 미국 집의 경우 지하실 바닥에서 물이 보인다는 것은, 집의 기초가 되는 구조물 어딘가에 결함이 있어서 바깥의 토양 안에 있는 물이 집안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인터넷을 계속 찾아보았지만, 전부다 집의 기초 구조물 (콘크리트)에 금이 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 뿐이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공사비만 만 불이 훌쩍 넘는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더구나 이미 집계약을 다 끝내고 사인을 한 후라서 다시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떠안은 모기지에다가 대공사를 치를 일을 생각하니, 집 장만을 했다는 잠시의 기쁨은 온데간데없이 근심 걱정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며칠 후 비가 오고 나니 지하실 바닥에 다시 고이는 물을 보고 나서는, 피하고 싶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공사를 해 줄 곳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배관일을 하는 업체 세 군데를 골라서 사람을 불러 상태를 보여주었다. 첫 번째 업체에서 나온 사람은 지하실을 둘러보더니 역시나 바닥 기초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자기네 들이 가지고 있는 '최신기술'로 깔끔하게 집 주변을 파고 문제 있는 부분을 땜질한 뒤 배수로 공사를 잘해서 물이 집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해 주겠다고 열심히 설명을 해 주고 나서 공사비가 15,000불 정도 들어가지만 이렇게 저렇게 할인을 해서 12,000불에 해 주겠다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두 번째 업체에서 나온 사람도 역시나 지하실을 쓱 한번 보더니 마찬가지 얘기를 하는데, 그 얘기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 업체에서 사람이 와서 보고 나면, 셋 중에 제일 싸게 해주는 곳에다 공사를 맡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튿날 마지막 배관일을 하는 업체에서 사람이 왔는데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배관공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지하실로 내려가서 물이 나온 구석을 보더니, 바닥에 앉아 손에 물을 묻혀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고 나서는 지하실 전체를 눈으로 한 번 훑어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혹시 위층 거실에 벽난로가 있나요?"---"예, 그런데요?"---"그럼 벽난로 굴뚝이 지금 물이 나오는 이쪽 구석에 위치하고 있어요?" --- "네!" --- "그럼 굴뚝을 덮고 있는 뚜껑에 녹이 슬거나 해서 구멍이 나, 그 속으로 빗물이 떨어져서 지하실 바닥에 고인 것일 수 있으니, 굴뚝 고치는 사람을 불러다 확인해보세요" --- "정말요??"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었다. 곧 아저씨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데, 나는 노련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배관공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손으로 물을 찍어 살펴보니 물 색깔이 투명하고 맑은 게, 바깥의 토양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물이 토양에서 들어오는 것이라면 비가 오든 안 오든 상관없이 늘 축축하게 젖어있어야 하는데, 비만 오면 물이 고이는 것으로 보아, 바깥의 땅속에 있는 물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경험에 바탕을 둔 논리적인 사고를 거쳐 나오는 그 배관공 아저씨의 결론은 정확이 들어맞았다. 나는 굴뚝 고치는 사람에게 600불을 주고 녹이 슨 굴뚝 뚜껑을 교체하였고, 그 뒤로 지하실 바닥에 물이 고이는 일은 없었다.
다른 두 배관공은 장비도 가지고 와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양 이리저리 스캔까지 하더니 15000불을 내고 공사를 하라는 말을 하고 갔지만, 마지막으로 온 배관공 아저씨는 그저 손으로 물을 찍어 색깔을 한 번 보고는, 문제의 정확한 원인과 해결책을 주고 갔다. 15000불짜리 공사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대신 600불짜리 굴뚝 뚜껑 교체로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 일이 지나고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에 문제가 있는 집이 아니라 몸이 아픈 환자였다면..."
과학 하는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장비와 번뜩이는 재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필자는 좀 느리지만 천천히 상황을 파악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노련함을 부러워하게 되었다. 노련함은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도의 결과로 얻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다.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많은 의사, 많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 수십 년의 연기생활을 한 노배우, 그리고 필자를 절망에서 꺼내준 그 배관공 아저씨.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 노련함을 필자도 언젠가는 체득할 날이 오기를 바라고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