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人 8
코오롱그룹에서 근무하며 크고 작은 이슈들을 많이 겪어야 했습니다. 발암물질 아웃도어에서부터 1조원 소송, 그리고 10명의 대학생들이 희생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그리고 정치권 이슈 등 많은 이슈들이 있었습니다. 이중 일부는 그룹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했던 이슈들도 있었습니다.
위기 관리 성공사례로 마우나리조트 대응 사례를 자주 얘기합니다. 그런데 모(某)기업 임원들이 홍보팀이 아니라 코오롱 이웅열 회장이 위기관리를 다한 것 아니냐며 홍보팀의 역할을 폄하하는 듯한 말을 했습니다.
기업에서 그룹 회장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와 비교할 때 홍보팀의 활동은 견마지로(犬馬之勞)에 지나지 않습니다. 회장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룹의 이미지와 그룹 회장의 명성이 별개일 수 없습니다. 홍보팀이 여조삭비(如鳥數飛)의 노력을 해도 그룹의 최고 경영자의 영향력과 파급력에 견줄 수는 없습니다.
위기상황에서 그룹 회장과 홍보팀의 역할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룹 회장은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위기상황을 대처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필요시 본인이 직접 전면에 나서 지휘를 해야합니다. 홍보팀은 전선을 지키듯이 여론동향을 파악하고 이슈들을 대응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올바르게 행동하고 판다할 수 있도록 여론의 움직임을 조언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에서 이웅열 회장의 빠른 판단은 위기상황을 빠르게 극복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회장은 사고 9시간 만에 언론 앞에서 피해자, 유족,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고, 13시간 후에 희생자들이 안치된 영안실을 찾아 직접 조문하고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습니다. 유족들과 보상을 논의하는 직원에게는 “돈 1~2억원 아끼려고 하지 말고 유족들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보상금액 이외에 작은 금액이지만 본인의 사재출연도 약속했습니다. 이 회장의 빠른 사과와 보상에 대한 자세는 유족들이 빠르게 합의에 임하게 만들었습니다.
홍보팀은 이회장의 사과의 진정성이 여론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알렸습니다. 사고 초기 언론에 그룹 차원에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피해자 구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도 사고에 반성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회장님의 사재출연을 소식도 스스로 알리기 보다는 언론 취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지도록 함으로써 회장님의 진정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외에 수백 수천통의 미디어 취재와 논점에 대해 대응하며 그룹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메시지를 관리했습니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사고 초기 부정적인 여론의 흐름을 바로 잡고자 했습니다.
최고 경영자의 성과에 비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여론전의 최전선에서는 작은 실수도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오감을 곤두세운 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때로는 언론과 논쟁하고, 때로는 기자를 다독이고 어우르며 여론과 백병전을 치르는 홍보팀의 노력이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홍보는 기업과 여론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다리를 튼튼히 지어야 제 역할을 하듯이 홍보팀의 역량을 무시하는 기업들은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없습니다.
물론 위기상황에서 CEO의 역할은 아주 큽니다. CEO는 위기상황에서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권한을 위임할지, 스스로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 할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권한위임과 솔선수범, 그리고 임직원들에 대한 믿음은 최고경영자가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기업의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한 그룹 회장님들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언론과 외부에는 회장님에 대한 스토리만 공개됐지만 회장님 뒤에는 홍보팀과 임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이슈 초기 회장님들이 사과하는 모습은 위기대응의 모범답안으로 정해진 것 같습니다.
재계의 경영권이 3세대 4세대로 이어지면서 부정적인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이슈를 조기에 진화시키는 젋은 회장님들도 많아졌습니다. 위기극복에서 모범적인 행동을 보인 재벌가 회장님들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정지선 회장이 대전 프리미엄
9월 26일 현대백화점 대전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아침 7시 45분 경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화 화재로 매장 오픈을 준비하던 직원들이 희생됐습니다. 불은 소방대원 126명과 장비 40대가 투입해 화재 발생 7시간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불길에서 발생한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해 현장 진입에 난항을 겪으며 희생자가 늘어났습니다.
현대백화점 그룹 정지선 회장은 화재발생 9시간 만에 현장을 찾아 머리를 숙였습니다. 정회장은 화재진압 등 현장 사고수습이 일정부분 마무리 되기까지 기다렸던 것입니다. 정회장은 사고당일 오후 4시쯤 현장을 찾아 “화재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분들과 유가족분들게 깊은 애도와 사죄 말씀을 올린다”며 사과했습니다.
정 회장은 “화재 사고로 입원 중인 직원분과 지역주민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현재 실종자분들의 안전한 귀환을 진심으로 바라고, 입원 중인 직원분이 하루 속히 건강을 회복하시길 기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7명입니다. 중상자 1명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일입니다. 2022년 9월 26일 대전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아침 7시 45분 경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매장 개점을 준비하던 직원들이 희생됐습니다. 불은 소방대원 126명과 장비 40대가 투입해 화재 발생 7시간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불길에서 발생한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해 현장 진입에 난항을 겪으며 희생자가 늘어났습니다.
현대백화점 그룹 정지선 회장은 화재발생 9시간 만에 대전 아울렛 현장을 찾아 머리를 숙였습니다. 정회장은 화재진압 등 현장 사고수습이 일정부분 마무리 되기까지 기다렸던 것입니다. 정회장은 사고당일 오후 4시쯤 현장을 찾아 “화재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분들과 유가족분들게 깊은 애도와 사죄 말씀을 올린다.”며 사과했습니다. 치료중인 직원, 지역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현재 실종자분들의 안전한 귀환을 진심으로 바라고, 입원 중인 직원분이 하루 속히 건강을 회복하시길 기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7명입니다. 중상자 1명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재 진압 후 대전시 경찰청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실종자 수색 및 현장 정리가 완료되는 대로 국과수·소방 등 유관기관 합동감식, 관련자료 확보 및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대백화점 대전 아울렛 책임자와 관계자 몇몇은 법적인 처분을 받게 될 것입니다.
사고는 안타깝지만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이 사고에 임하는 자세는 위기상황에서 회사와 CEO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현대백화점은 사고직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습니다. 화재사고 발생 원인 규명과 관련한 협조, 유가족과 화재 사고로 입원한 직원 지원 등이 해당 TF의 역할입니다. 안전보건담당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김형종 대표이사가 공식적인 TF장이지만, 정 회장이 실질적인 수장을 역할을 하며 사건 해결에 나섰습니다.
둘째, 빠른 사과입니다. 정지선 회장은 현장에 직접 내려가 사과를 하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대전 프리미엄의 판매사원들과 협력업체들 소속 직원들의 어려움까지 살피고 보상안을 제시했습니다. 아웃렛 화재로 수익이 사라진 판매사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긴급 생활지원금을 주는 보상안을 마련했습니다. 화재발생 열흘 째의 일입니다. 대전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사고로 영업이 중단되면서 협력업체 브랜드의 중간 관리 매니저와 판매사원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1000명에 이르는 판매사원들에게 긴급 생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중간 관리 매니저에게는 350만원의 지원금을, 일반 판매사원의 경우 25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백화점과 아울렛의 중간 관리 매니저는 협력업체 본사와의 계약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아웃렛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협력업체 본사로부터 수수료 형태로 지급받고,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은 아웃렛 화재로 매장운영이 안되면서 수입이 사라져 어려움을 겪게 될 매니저와 판매사원들의 고충까지 살핀 것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영업중단으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들의 결제 대금도 조기에 지급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습니다. 또한 시설·미화·보안 등 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도 마련했습니다. 대전점 영업 중단으로 급여 지급 등 자금 운용에 문제가 없도록 대전점 영업이 정상화되는 시점까지 도급비 전액을 100%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지선 회장은 빠른 사과와 함께 희생자가 안치된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직접 머리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그룹 회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과 책임을 약속한 것입니다. 특히 부상자와 희생자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판매사원과 도급업체 직원들의 고충까지 챙기며 보상안을 마련한 것은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현대백화점의 의지와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억지 눈물을 보이고 말로만 뱉는 보상과 사후대책을 내놓은 기업들과 최고 경영자들이 많습니다. 진정성 없는 태도는 곧 또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보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며 사고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현대백화점과 정지선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현대캐피탈 정태영 부회장은 솔선수범과 효율적인 권한위임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습니다.
10년 전의 일이지만 위기관리 사례에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사례입니다. 2011년 4월 7일 목요일 아침 9시 현대캐피탈은 이메일 하나를 받았습니다. 자신이 현대캐피탈 고객 DB를 해킹했으며, 책임자와 대화를 원한다는 내용입니다. 메일을 본 담당자는 사내 정보보안팀과 공유했고, 회사는 바로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북유럽에 머물고 있던 당시 정태영 대표에게도 곧바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CEO인 정태대표가 출장 중이라 경영지원본부장이 위기관리를 위한 비상대책본부를 소집하고, 유럽에 있는 정태용 대표와 실시간으로 컨퍼론콜을 하며 소통을 한 것입니다.
상황을 보고받은 정태영 대표는 비상대책본부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렸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고객과 공유하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앞으로 시시각각 상황이 변할텐데 일일이 나헌테 보고하려고 하지 말고 비상대책본부가 중심이 돼서 대처하라”
“책임은 내가 진다”
책임은 본인이 질테니 원칙에 맞게 위기상황에 대처하라는 지시입니다.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말을 들으면 직원들이 힘들어도 힘이날 것 같지 않나요? 아마도 현대캐피탈 직원들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을 것입니다. 곧바로 경찰 등 사법기관에 해킹 사실을 알리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사고 다음 날인 8일 해킹과 협박사실을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정태용 대표도 급히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현대캐피탈이 고객DB를 도난당했다는 뉴스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뉴스를 본 해커들은 현대캐피탈에 강한 협박메일을 보냈지만 회사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조언을 참고한 것입니다.
정태용 대표가 한국에 도착한 날은 9일입니다. 해킹 사건을 보고 받은 지 이틀이 지난뒤였습니다. 정대표는 회사에 귀국하자마자 회사로 복귀해 지금까지의 사건 진행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당시 현대캐피탈 법무팀에서는 기자회견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태영 회장은 “투명성을 가장 우선한다는 우리의 원칙을 고객들에게 다시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10일 오후 정태용 대표는 기자회견장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고객DB 해킹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수많은 기자 질문에 직접 답하며 현재까지 회사가 파악한 진행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정태영 부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고객에게 수치스럽고 죄송스럽다. 평소 고객정보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철저함을 기한다고 했는데 이런 일(행킹사고)이 발생했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또한 “사태 전모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추후에 피해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질책은 하되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고 수습과 관련한 회사의 입장도 설명했습니다.
이후에도 회사는 경찰과 협조하며 해킹사건에 위기대응을 했습니다. 결국 해킹범들은 모두 잡혔습니다. 주범은 대부중개업체 팀장이었고, 해커는 1년 뒤 인터폴의 공조로 필리핀에서 검거됐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지금도 고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정태영 부회장은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권한위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권한 없이 책임만 가중시키는 리더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가 기업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권한위임은 매우 중요합니다. 위기상황에서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하고 확실한 권한위임으로 직원들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 정태영 회장의 위기관리 리더쉽은 경영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해적에게 나포된 선원들을 구출하라 - 한진해운 최은형 회장
2011년 4월 21일. 한진해운은 경남거제에서 컨테이너선 명명식이 계획돼 있었습니다.
최은영 회장도 명명식 참석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김포공항으로 이동중이었습니다.
오전 5시 14분경 한진해운 상황실 선박모니터링시스템에 비상신호가 접수됐습니다. 이 비상신호는 회사가 보유한 선박에 문제가 생겼거나 해적의 공격을 받았을때 보내는 긴급 구조신호입니다. 비상신호를 보낸 텐진호는 곧바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한진해운은 곧바로 위기대응에 돌입했습니다. 최은영 회장도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차를 서울 본사로 돌렸습니다. 회사는 매뉴얼대로 군과 외교통상부에 관련사실을 전파하고 협조를 구해했습니다. 오전 5시 45분 군 합동참모본부는 청해부대 최영함을 현장으로 급파했습니다. 다른 임무를 수행중이었던 최영함은 임무를 서둘러 마치고 오전 7시 10분 현장으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오전 7시 50분, 서울과 부산의 한진해운 상황실에 비상대책본부가 설치됐습니다. 최회장은 비상대책본부의 임직원들에게 메뉴얼 대로 상황을 처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부장급 직원을 국토해양부와 외교통상부로 보내 상황대응에 협조하도록 했습니다. 선박상황은 공무원보다 내부 직원이 잘기에 정부와 원할한 공조를 위한 조치였습니다. 최회장과 한진해운은 텐진호에 탑승한 선원들의 가족에게도 현재의 상황을 공유하고 회사 측의 대응방안을 설명해주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그날 아침 언론에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진해운 소속 텐진호가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속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선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상황을 처리해야 합니다” 최회장이 비상상황실 직원들에게 강조한 내용입니다.
한진 텐진호 박상운 선장과 20명의 선원들은 해적들이 접근해 오자 위기관리 매뉴얼과 평소 훈련받은 대로 본사로 비상신호를 보내고 배의 엔진을 꺼버렸습니다. 해적들은 엔진이 꺼진 대형 컨테이선을 조정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해적들은 배 안 곳곳을 다니며 총을 쏘고 선원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선원들은 시타델이라 불리는 배안의 긴급피난처로 몸을 숨긴 뒤였습니다.
시타델은 미로를 통해 피신처로 이동하게 돼 있어 입구를 알아도 지도나 위치를 잘 아는 선원의 안내가 없으면 찾을 수 없는 구조라고 합니다. 또 시타델의 철문을 기관총 사격에도 견딜 수 있는 두꺼운 강판으로 제작됐고, 안에는 비상식량과 물, 통신장비, 화장실 침대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시타델은 삼호주얼리호 피랍사건 이후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출입문은 5mm이상의 철제강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한진해운의 시타델 철문은 15mm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오후 2시 30분 최영함이 보낸 링스헬기가 텐진호가 있는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오후 4시 40분 마침내 최영함이 도착해 경고사격과 배의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오후 6시 33분 청해부대 공격팀이 텐진호에 승선하고 배를 수색했습니다.
오후 7시 5분 시타델에 있는 선원과 교신이 됐고
오후 8시 30분 작전은 종료됐습니다.
텐진호가 해적에 납치될 위기에 처하자 선원들은 본사에 긴급하게 비상신호로 위급상황을 알렸습니다. 한진해운 본사는 빠르게 군과 정부와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무엇보다 선원들이 모두 안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매뉴얼을 잘 준비해 두었다는 것입니다. 해운업은 특성상 큰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다양한 선박사고를 대비해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리 시스템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훈련을 통해 상황을 대비해 두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있었기에 사고 발생 직후 선원가족, 거래처, 외교통상부, 국토해양부, 해양경찰청, 국방부와 함참 등 이해 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꼼꼼히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진해운은 선원가족들에게 상황의 진행상황을 공유한 것은 가장 피해자일 수 있었던
가족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최회장은 상황실 직원들과 함께 김밥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선원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기까지 위기상황실을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무자들과 매뉴얼을 믿고 곁에서 조용히 응원한 최회장의 역할은 선원들의 안전과 컨테이너선을 피해없이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상시 매뉴얼을 잘 갖추고, 훈련이 잘 되어 있다면 리더는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