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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nautes 프리나우트 Mar 06. 2023

몇 년 뒤에는 세계 챔피언이라도 노려볼까 합니다.

2W 매거진 32호

이번 매거진의 주제는 <나의 몸 이야기> 였습니다.


제 몸은 세상에서 멋지다고 말하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은 아니예요. 하지만 늘 힘 좋고 균형을 잘 잡는다는(무거운 것을 잘 들어올린다는 뜻. 즉, 아이들을 번쩍번쩍 잘 안아서 그런 것이죠.) 말을 듣습니다. 그런 스스로가 나쁘지 않아요. 뻣뻣하고 곧잘 게걸음치듯 다리가 양 옆으로 벌어진 채 무릎만 접혀지지만 덕분에 즐겁습니다. 웃기는 포즈 덕에 신나게 웃을 수 있으니까요.


가끔은 여리여리한 가느다란 몸을 갈망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보호해주고 싶은 본능을 불러일으키도록 말이죠? 그런데 누구에게 보호를 받는답니까 제가. 람보같은 몸을 하고 제가 보호해줘야할 판이예요. 어릴 때부터 용가리 통뼈라는 소리를 종종 들어왔는데 진짜 제 뼈가 한 튼튼합니다. 살을 뺀다고 뼈대가 바뀌지는 않으니 저는 그냥 람보가 되렵니다.


람보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살짝 제 이야기에도 나와요. 어디인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요.

제 결론은 이거예요. 있는대로 사랑하며 살자(?) ㅎㅎ

튼실한 제 몸이 달릴 때 무겁긴 해도 참 쓸모있고 좋습니다.






저는 자칭 막대기 인간입니다. 유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먼지만큼도 보이지 않거든요. 아직 결혼하기 전이었어요. 유연한 몸을 만들고 싶어 벨리댄스를 배우던 동생에게 웨이브 특훈을 받은 적이 있어요. 몸을 물결치듯이 흐느적대는 웨이브요. 땀이 뻘뻘 나도록 움직이면서 거울로 보이는 저를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낱장으로 찍어 모은 사진을 재생하는 것 같은 뚝뚝 끊어져 삐그덕거리는 모습은 로봇이 따로 없었습니다. 저에게 설명을 하던 동생은 웃다가 시뻘게진 얼굴을 하고 배를 잡고 쓰러졌어요. 발레나 무용 같은 물 흐르듯 나풀거리는 스포츠는 제게는 별세계 같은 것이죠.


육아를 10년쯤 하니까 힘이 참 좋아집니다. 처음엔 4킬로 정도 하는 아이를 내려놓지 못해서 들고 있었거든요. 팔이 후달리고 저려와도 별 수 있나요. 제일 하기 쉬운 게 안고 있는 것이었어요. 흔들었다가 어깨에 올렸다가. 아이가 커서 걷고 뛸 줄 알게 되니까. 이번에는 자꾸 안으라고 팔을 쭉쭉 뻗으면서 달려드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요. 눈을 반짝 거리며 해맑은 미소를 하고 다가오는데 제 팔이 저절로 활짝 벌어지더군요. 이게 안을 때 허리를 살짝 구부려서 들어 올려야 하는데요. 아이들이 제법 무겁거든요. 쑥쑥 크니까 어제보다 오늘, 1분 전보다 지금이 더 무겁단 말이에요. 안을 때 자세를 잘못 잡아서 몸을 너무 숙인다거나 다리를 좀 덜 벌리거나 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세요? 허리가 삐끗하거나. 운이 없으면 아이를 덮치는 자세로 날라 떨어지는 수가 있어요. 


제가 오래전 이긴 하지만 10년 가까이 검도를 했습니다. 덕분인지 몸은 뻣뻣해도 균형은 잘 잡더라 이겁니다. 아이가 달려들 때 딱 허리를 곧추세우고 두 다리를 어깨너비 정도로 벌려요. 몸무게를 두 발에 골고루 나눈 다음 발끝에 힘을 꽉 주고 들어 올리면 흔들림없이 안을 수 있습니다. 차가 없어 뚜벅이 생활을 할 때 버스도 자주 탔는데 흔들리는 차 안에서 아이를 안고 버티는 것도 다리에 힘을 빡 주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일이죠. 아이들이 딱 한 번만 달려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도 때도 없이 안아달라고 손을 쭉쭉 뻗고. 잘 때도 어깨를 배게 삼아 공중부양해서 자고. 뛰어다니면 위험하지 않게 재빨리 반응해줘야 하고. 하나 더 늘어나면 애기띠로 안고 업을 일도 생기고. 쌍둥이면 양쪽으로 하나씩 안기도 해야 하고요.


재미있고 신기한 것이 자꾸 몸을 쓰니까 단련이 되더라 이겁니다. 주먹을 꼭 쥐고 팔을 접어 올리면 단단하고 믿음직스러운 근육이 작지만 나 여기 있다고 존재감을 뿜어내요. 균형감각은 어찌나 좋은지 주짓수를 하는 저희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상대로 연습을 하고 나면 아무리 해도 쓰러지지 않는다고 혀를 끌끌 찬답니다. 그렇다고 근육이 쫙쫙 멋지게 갈라진 몸을 한건 아니고요. 네 아이의 수유 후에 이제는 되었다며 고개를 숙인 가슴과 쌍둥이의 임신, 출산 이후 들어가지 않는 아랫배, 물만 먹어도 늘어나는 살들로 재미난 몸을 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아이들이 많다 보니 서두르는 일이 많아 뛸 일이 많은데요. 달릴 때마다 흔들리는 살이 걸리적거려서 가끔 집에서 운동을 하곤 해요. 매일은 못해도 꾸준히 하다 보면 몸이 아주 조금 변하는 게 느껴져요. 운동을 자꾸 하게 되는 이유이죠. 운동하는 저를 보고 어느 날 남편이 그랬어요.


“나중에 보디빌더 같은 거라도 해보지 그래?”


‘보디빌더’라는 단어가 생소했지만 듣자마자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거든요. 아직도 어린 쌍둥이들을 보면 저 아이들이 나를 더 단련시켜주겠구나 싶어요. 제가 가진 꿈 중 하나가 양팔에 아이들을 달고 빙글빙글 도는 거예요. 제 입버릇 중 하나는 ‘나 이러다가 람보 되겠다.’ 예요.


람보가 뭔지 아시나요? 울룩불룩 갈색의 번들거리는 근육을 가진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누구든 싸워서 이겨버릴 것 같은 캐릭터죠. 지금은 작고 귀여운 저의 근육을 잘 다독이고 쓸데없이 붙어 있는 기름이 좔좔 흐르는 살은 좀 떼 버리고요. 싸워서 이겨야 할 적 같은 건 없지만. 늘어진 근육들을 팽팽하고 단단하게 담금질해서 남편이 하는 주짓수라도 해볼까 싶습니다.


가끔 남편이 저보고 마음먹고 주짓수를 배우면 세계제패도 꿈이 아닐 거라고 이야기해요. ‘이 나이에?’ 한번 들으면 농담으로 치부하겠지만 자주 들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곧 매일 붙어서 지지고 볶던 쌍둥이들이 유치원에 가거든요. 아이들이 엄마를 덜 찾을 테니 저는 좀 더 제 몸을 돌볼 수 있겠죠. 가슴이며 배며 쳐지고 뻣뻣하지만 힘 좋은 제 몸뚱이를 말이에요. 이번엔 스포츠로 단련시켜 볼까 합니다. 


혹시 알아요? 몇 년 뒤에는 세계 챔피언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제 몸은 여전히 매일 단련 중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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