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린아이의 붉은 볼 위로시간이 보태어지고, 입가를 따라 주름이 지고 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어느새 새겨진 미간의 주름. 손으로 펴보려 하지만 이미 자리 잡은 주름은 금세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아이 때 보다 더 크고 힘 있는 손이지만, 다시 펼 수 없다.
시간은 아무런 실체도 없지만, 방향을 가지고 있어서 어린아이에서 아버지에게로 다가간다.
아버지도 이랬을까?
주름지는 입가와 내천(川) 자가 새겨지던 얼굴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거울을 볼 때마다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나를 본다. 웃는 모습. 찌푸린 모습. 하나하나마다 조금씩 조금씩 닮아가는 모습에서 , 시간의 방향을 보게 된다.
아직 작은 아이였을때, 곤히 잠든 아빠의 이마를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잠들어 계셨던 것인지 잠든 척하셨던 것인지 모르겠지만..그 이마 위에 새겨진 깊은 내천(川) 자주름.
나무의 옹이처럼 짙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기억할 순 없지만, 어린아이의 손으로 그 주름을 펴 보려고 했다. 양손으로 밀어내고 쓸어내 보아도 이미 자리를 잡은 주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잠시 잠깐이라도 손을 놓으면 그자리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해하지 못했다. 주름이 진다는 것.
가끔씩 원목가구를구경할 일들이 생기곤 한다. 그런 가구들을 보면 ,심심치 않게 옹이를 마주치게 된다. 원목이니까 옹이가 있었도 이상할 것은 없지만, 그 호불호는 크게 갈린다. 흠집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그 옹이를 볼 때면 나무가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얼굴에 드러나는 주름들이 마치 나무의 옹이를 닮은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
일 년에 몇 번이나 아버지와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지 손을 꼽아 본다. 아플 것 같아서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는 걸까. 옹이 진 아버지의 얼굴과 그를 닮아가는 나. 오늘도 거울 앞에서 그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