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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Jan 23. 2021

아버지를 닮아 간다는 것

옹이

한 아이가 있다. 

둥글둥글한 얼굴은 아직 어린 티를 벗 못한 모습이다.

양볼은 사탕을 문 것 마냥 부풀어 있다.

어린아이의 붉은 볼 위로 시간이 보태어지고, 입가를 따라 주름이 지고 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어느새 새겨진 미간의 주름. 손으로 펴보려 하지만 이미 자리 잡은 주름은 금세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아이 때 보다 더 크고 힘 있는 손이지만, 다시 펼 수 없다.


시간은 아무런 실체도 없지만, 방향을 가지고 있어서 어린아이에서 아버지에게로 다가간다.

 

아버지도 이랬을까? 

주름지는 입가와 내천(川) 자가 새겨지던 얼굴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거울을 볼 때마다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나를 본다. 웃는 모습. 찌푸린 모습. 하나하나마다 조금씩 조금씩 닮아가는 모습에서 , 시간의 방향을 보게 된다.



아직 작은 아이였을 , 곤히 잠든 아빠의 이마를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잠들어 계셨던 것인지 잠든 척하셨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마 위에 새겨진 깊은 내천(川) 자 주름.

나무의 옹이처럼  짙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기억할 순 없지만, 어린아이의 손으로 그 주름을 펴 보려고 했다. 양손으로 밀어내고 쓸어내 보아도 이미 자리를 잡은 주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잠시 잠깐이라도 손을 놓으면 그 자리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해하지 못했다. 주름이 진다는 것. 


가끔씩 원목가구를 구경할 일들이 생기곤 한다. 그런 가구들을 보면 , 심심치 않게 옹이를 마주치게 된다. 원목이니까 옹이가 있었도 이상할 것은 없지만, 그 호불호는 크게 갈린다. 흠집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그 옹이를 볼 때면 나무가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얼굴에 드러나는 주름들이 마치 나무의 옹이를 닮은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


일 년에 몇 번이나 아버지와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지 손을 꼽아 본다. 아플 것 같아서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는 걸까. 옹이 진 아버지의 얼굴과 그를 닮아가는 나. 오늘도 거울 앞에서 그를 발견한다.




나는 아버지를 닮아간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고 아버지가 되었다.

어느 날, 내 이마의 주름을 펴보려 하는 손길도 느낄 날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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