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던 이유는, 감기 걸린 것처럼 코끝이 간질거렸기 때문이다.
또 보자
라는, 아이의 말이 다시 들려온다.
알고 있을까?
사실 아빠는 음.. 약간 울보라는 걸.....
손을 잡고 같이 간 초등학교 입학식 날.
정문을 따라 둘러진 철장 사이로, 하얀 마스크와 간간히 손을 흔들며 걸어가는 두 아이의 모습이 모자이크처럼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시급을 다툰다는 SNS에 "네. 확인 후 회신하겠습니다"라는 뻔한 답을 다느라 시간을 지체했나 보다. 어느새 '삑삑삑' 도어록을 열고 들어오는 첫째 아이. 급식을 먹고 온 아이는 책가방을 챙기고 숙제를 시작한다. 지금 일어서면 혼자 있을 아이.
안 지킬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공연하게 하는 "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는 말을 하고, 방금 닫힌 도어록을 열고 나간다. 아빠보다 담담하게 손을 흔드는 아이의
또 보자
딱. 거기서 울컥했나 보다
이제 막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혼자서 기차 타고 가던 어느 날. 누나에게 들킨 눈물.
알면서도 모른 척했을 나보다 조금 더 어른인 누나의
감기 걸려서 어쩌나
라는, 말도 같이 들린다.
다시 그때처럼 기차를 타고 간다.
혼자의 욕심으로 선택한 것은 아닌지, 면목이 없어진다. 멀지 않은 곳이라, 주말마다 볼 수 있다며 안심하고 있으라던 나인데...
이렇게 손으로 헤아릴 수 있는 '같이 있어주고 싶은 날'
손잡고 있어 주지 못하고 일어나서 미안하다.
영글지 못해서 감추려고 애쓰던 눈물이, 지금은 자리를 잡아가는 주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길을 잡은 것 같다. 흔들리는 마음을 따라 눈물을 보여도 된다는, 조금 더 영근 용기가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