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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Jun 06. 2021

잊지 못할 장면들 하나쯤 있는 게 나이 들어감 일까

Don't forget

지하철역까지 기어코 따라오신 엄마.

다행히 차를 타고 가기 전 도착하셔서 허탕 치지 않으셨다.

지하철 안에서 손을 흔들며, '어서 들어가셔요'라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닫힌 문 뒤로 멀어지는 엄마  모습이 작아져 간다.

젊은 날, 날 품어주던  그 엄마품이, 볼 때마다 작아져가는 모습에, 지하철 차창 넘어  덩그러니 남아 손을 흔드는 그 모습이 두 눈을 통해 가슴에 남는다.


예전 나도 작은 아이 였을때,

방학이 끝나갈 때쯤 날 데리로 오신 부모님을 따라,

그 캄캄한 밤에 낮고 파란 철제 대문 앞에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던 그때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누군가를 남겨두고 돌아서는 장면이,

어렴풋한 기억이 남아있다.


어렴풋한 기억에 오늘의 기억이 덧칠해지면서,

세월의 붓놀림에 선명해지는 이 장면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덧 입혀진 기억들은 언제 적인지 어느 곳인지 확실하지 못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그런 마음으로 서있었다는 것만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런 기억의 덧칠이 나이 들어감일지 모르겠다.


지하철 맞은편 좌석에 앉은 아저씨.

두 손으로 고이 배를 감싸고 있어서 더 볼록하게 도드라지는 프린팅 된 글자가 보인다.


Don't for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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