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딸은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간다

자연스럽게

by 진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유독 하얗기만 한 쌀밥을 봉긋하게 담고, 먹고 또 먹으라며 앉은자리로 릇을 밀어내는 주름진 손.


오늘 그 눈빛을 다시 보았다.




오랜만에 엄마 옆자리에서 밥을 먹는다.

부를 때로 부른 배지만, 여전히 가득한 밥상.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분명 내가 먹어 치웠는데, 분명!

그렇게 비워도 다시 채워지는 찬가지들.

누나의 우렁찬 목소리도 밥상 위에 곁들여진다.


오늘 명절이가?!
니 아니면 구경도 못한다~



비릿한 생선 냄새와 짠맛.

평소 그렇게 구경하기 힘든 반찬을 하얀 쌀밥 위에 한점 크게 올린다. 그리고 꿀꺽 삼킨다.

혀끝에 기억해 두었나 보다. 입안 가득 뜨거운 밥이 들어가고 나니 떠오르는 엄마와 엄마의 엄마.


그렇게 어느새 닮아진 두 얼굴.


싫은 소리도 하고 서로 흉보기도 하지만, 뒤돌아서면 서로 이렇게 닮아가는 엄마와 딸들의 끊임없는 이야기들.


아빠가 된 지금의 나는, 가끔 딸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세상 가장 친한 친구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그렇게 들어가 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복을 위한 기도 (with 최완선의 행복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