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의 콘서트 홀

우리 함께 힘을 내요

by 진이

지하철 한켠에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기둥 있는 곳이 명당 입니다

하루 중 가장 마음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퇴근시간 지하철 풍경. 제법 먼 거리를 왕복하는 까닭에 오며며 큰 자리 걱정은 없다.


그 시간 사이 사이로, 이런 저런 하루의 파편들이 들어와 숨을 쉰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스스로 졸라 매었던 넥타이를 풀어 헤친다. 자기 손으로 졸라 매고 또 급하게 풀어 버리는 일상의 모습이 다소 씁슬한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좀 더 숨통이 트이는 걸 몸도 알아 차릴 찰라에, 어느새 감긴 두 눈가에 기억의 필름을 감아 망막에 영상 하나를 걸어 두었다.


신나게 손을 두드리며 비트를 맞추는 사람과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또 다른이의 모습이다. 어깨에 닿을 만큼 서로에게 다가서 있는 이들의 무대는..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는 곳

그렇다. 택시 안이다.


라디오 음악에 마음이 열려 둘만의 콘서트가 열리는 곳. 그곳이 바로 택시 안이다. 오늘 하루 참 풀리지 않는 일진에 녹초가 되어 버렸다. 택시를 잡아 타고 회사로 돌아 오던 순간 급격히 저하된 체력으로 택시안에 널부러져 있었다. 오늘은 또 어떤 사유로 목표 달성에패했는지 그리고 그 달성 대책은 무엇인지 뻔한 질문에 버벅거릴 수 밖에 없는 궁색한 변명들을 찾아 보는 것이다. 백일 휴가를 끝내고 복귀하는 이등병의 발걸음이 이와 같을까? 최대한 늦게 돌아가고 싶은 목적지를 밝히고 차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의 하루와는 다르게 어김없이 바쁘게 그리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잘만 돌아가는 모습들이다. 무엇을 하고 돌아가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뒤죽박죽이 된 머릿속을 비집고 라디오 소리가 들어왔다.


여러분 자살을 거꾸로 하면 뭐가됩니까? 살자. 살자입니다. 다들힘드시죠?
이태백이다. 오륙도다. 세상 살기 어렵다는 말들만 가득 합니다. 자살이란 말도 연속극에서 뉴스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구요


평소 들어 본적 없었던 라디오DJ의 목소리가 들린다. 적막감이 드는 택시안에서 음악이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에...♬♪


음악에 맞추어 손을 까닥이는 아저씨의 모습이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나지막히 흥얼거리기 시작 한다. 서로 눈치를 보는 지 조금 용기를 내어 본다. 또렷하지는 않지만 노래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그리고 쫒아 오는 손장단. 조금씩 서로를 인식하고 다가설 듯 말 듯 음을 높이고 또 높인다. 어느덧 손장단은 운전대를 연주하는 드러머의 모습을 보인다.

여기는 같은 음악을 들으며 흥을 나누는 콘서트홀의 모습이 되어 간다.


눈앞에는 점점 목적지가 가까이 들어온다. 잠시 망설이는 내 모습에 아저씨는 길 한모퉁이에 차를 주차한다.


그리고 볼륨업.


이제 바삐 움직이는 창밖은 그저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외부의 무수한 사람과 동떨어진 공간에 우리가 있다.


♩♪보이지도 않는 끝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 짓는 그대 외로워 말아요♬♪


지금 이곳쌩목과 손 드럼의 실황 공연으로 외로워 할 공간이 없다. 이순간 우리는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며 서로를 알게 되었다.



갑자기 음악이 끊기고 광고 멘트가 흘러 나온다. 잠깐의 콘서트장 환상은 흩어져 간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돌아서며 인사를 나눴다.


"감사합니다. 좋은 드럼 연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에게 행복을 들릴 수 있다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래도 입가에 가득한 미소는 서두르지 않고 남겨 두었다. 잠깐 이지만 일상의 마법같은 경험을 그대로 가져 가는 시간을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으로나마 해 보았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며 목적지를 향해 타고 내렸을 시간과 공간안에서 ‘우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경험을 해 본 이는 몇이나 될까?


세차게 몸이 흔들리는 걸 느낀다. 다시 또 현실로 돌아와 흔들리는 지 안을 둘러보게 된다. 어는 정류장까지 왔는지 사방을 둘러본다. 길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가방을 움켜쥐고 미간을 좁히면 노선도를 찾는다. 다행히 지나치지는 않았다. 안도의 숨을 내쉬고 보니, 택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과 동석하고 있는 나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내리는 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같은 곳을 향해가고 있다. 하지만 같은 방향, 같은 시간과 공간에 함께 지금 머물러 있지만 ‘우리’는 아님을 확인한다. 너와 내가 분명히 구분 되는 곳에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나처럼 ‘우리’를 알고 싶어 하고 경험하고 싶은 마음은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이 각박하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 각박한 세상에 나부터 일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웃기는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일어설 때 사람들에게 손이라도 흔들고 내리고 싶다.


우리는 잠시지만 같은 시간과 공간속에서 여기까지 같이 왔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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