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사이에 일어난 두 가지의 일, 그리고 한가지 생각

삶, 살아간다는 것

by 진이

세상엔 빛을 바라는 해바라기가 있다. 한 뼘 한 뼘 더 많은 해바라기를 하며 키를 키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크는 모습이 푸른 하늘 아래 넉넉하게 자라나길 기대하게 한다. 좀 더 곧게 뻗어 올라서 더 많은 햇빛을 보며, 어느새 내 키보다 커진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훗날.


하지만 유독 여린 잎이 있다면, 그 큰 키들을 바라며 해바라기 하는 꽃들 사이에서 무릎을 굽히고 한번쯤은 바라봐주고 싶다.


형 아빠 될 것 같다. 아직 얼떨떨하다


‘형 닮은 딸 낳을 거예요.’ 라고 말하면 좋아 할까 싫어할까? 그건 양심에 맡겨야지. 어떤 기분이 들까? 나와 닮았을,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그리고 나와 닮았을, 다른 누군가를 결국 만나지 못한다는 건.


그래 발리는 잘 크지?

발리에서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어 태명이 ‘발리 김‘이다. 친구에게 반갑게 건넨 말인데, 왠지 뜸을 들인다.


우리 아기 지난주에 유산했어

뜸들인 시간보다 더 오래 주저하게 된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바보스럽게도 ‘미안하다’라는 말이다. 어깨를 한번 쳐주고는 어색해진 자리를 돌아 나온다.



요새 들 아기들이 무척 예쁘다. 하루 종일 자고 먹고 싸는 자신의 고유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기.

커서 뭐 대?

뭐가 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나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뜨고 천장만 쳐다보는 일. 그리고 성에 차지 않으면 유일한 언어인 울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유아틱한 사고방식. 자기 머리 무게를 가누지 못해서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는 아기. 이제 제법 걸으며 밉살맞게 무어라 무어라 지지 않고 대거리 하는 아이.


아이가 없는 사람 중엔 때에 맞춰 친구 가족들을 초대해서 아이들과 한참을 놀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면 아이가 없어서 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단다. 조용한 집안을 하루 종일 치워도 끝나지 않을 만큼 어지럽히고, 작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하루의 피곤함. 그 작은 몸집에 그렇게도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게 놀랍다. 그래도 잠이든 아이를 보면, 특히 내 품에 안겨 잠이든 아이라면, 그 작은 열덩이가 내 가슴에 닿아 내 심장을 덥혀 준다면…….


그 아이에게 천사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것이다. 작은 손을 어루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을 것이다.

작은 손과 발. 하얀 분 냄새. 앉혀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머리를 못 가누고 쓰러질 것 같다. ‘언제 커서 사람 구실이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비춰 보여 마음 한구석을 놀라게 만드는 맑은 눈을 가진 존재. 아기.


하늘 아래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기에 부모의 살과 뼈를 받아 태어났다. 그러나 그 안에 깃든 영혼은 어디서 온 것일까? 살아있다는 것. 살아가야 하는 것. 살아있는 생명의 신비를 가르쳐 주기 위해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오늘 하루다.


삶이 이유가 없이 진행된다면 너무나 허망할 것이다. 분명 살아가야할 이유가 내 속 어디엔가 자리 잡혀 있을 것이다. 태어난 모든 생명들은 그 이유를 찾아서 그리고 그 이유로 하루를 또다시 살아갈 것이다. 비록 세상과 빛을 보지 못한 아이라 하여도, 잠시나마 그 어머니와 아버지와 삶을 공유하며 수많은 꿈을 공유 했을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신비함을 가지는 이유이다. 보지 못하고 만지지도 못하고 들어보지도 맡아보지도 못했다. 단 하나의 감각으로도 느낄 수 없었지만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가슴을 공유한 살아있는 생명. 그것만으로도 세상에 의미 하나를 가르쳐 준 것이라고 느낀다. 살아가는 것. 쉽지 만은 않지만 살아가는 것이 모든 생명들과의 조우이며 공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해준 오늘의 두 가지일. 그리고 하나의 생각.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