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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마 Aug 12. 2018

결혼에 대한 회상

#책리뷰 10 :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 

한국 사회는 결혼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크지만,
결혼 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다. 


프랑스에서 팍스를 맺은 커플로 살아가고 있는 이승연 저자의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 읽은 뒤에 저의 결혼의 시작과 현재를 북저널리즘의 책 의도처럼 사유해보게 되는 책입니다.




01 결혼, 그 시작

결혼. 마치 숙제 마냥 언젠가는 때가 되면 해야 하는 것.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저에게는 그런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녔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취직을 위해, 그런 하나의 인생의 돌파해야 하는 관문 같은 느낌.


직장 초년생 때부터 약 5년간 신나게 솔로 생활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덧 30대 초반. 자의던 타의던 간에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 나이입니다. 친구나 비슷한 또래 동료들이 결혼하는 시기이자, 부모와 주변에서 입에 슬슬 오르내리는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결혼"을 철학적으로 탐구한다기 보단, 역시나 주변에서 하니까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이 일조합니다. 나도 늦지 않게 좋은 사람 만나면 해야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에 와이프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것이죠. 평범한 결혼의 시작입니다. 



02 결혼을 준비하며

결혼식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제가 느낀 것은 신랑보다는 신부입니다. 그리고 다른 배후의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바로 신랑-신부의 두 집안. 


첫 번째 주인공인 신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그 순간으로 기억되길 원하는 신부의 바람을 다양하게 유혹의 손길이 많습니다. 신랑은 잘 따라다니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두 집안. 결혼식이라는 것이 집안의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들었는데 준비하다 보니 더 실감합니다. 단적으로 신랑-신부의 지인만 오는 것이 아니라 양가 어른의 손님들이 많이 오십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개혼이다 보니 집안의 손님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만큼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니 복잡해집니다. 이 험난한 과정은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머리가 참 아픕니다.


반면, 둘만의 신혼여행을 계획하는 일, 살 집을 꾸미는 일은 무척이나 재밌었습니다. 


"내 주변에도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사람들이 있어. 하지만 대부분 결혼에 5만 유로를 쓰느니 아이 통장에 그 돈을 넣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P39] 


지금과 같이 스몰웨딩이란 인식이 조금이라도 확대되어만 되었어도 우겨서라도 했을 것만 같습니다. 저도 몇천만 원은 결혼식을 위해 썼으니까요. 그 설득의 과정이 또 험난 하였겠지만, 실용적인 무언가를 했었을 텐데요. 



03 결혼을 하고 나서

약 결혼 8년 차입니다. 어느덧 아들, 딸이 있는 4인 가족이 되었습니다. 결혼 8년이나 되었는데도 와이프를 지금도 알아가고 있는 심정입니다. 30여 년의 각자의 가치관대로 살아온 두 사람이. 그동안 연습해보지 못했던 환경 : 육아, 시월드, 집안일, 내 집 마련 등 다양한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직도 다투는 일도 많습니다. 아직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에게 가사 분담도 고민거리입니다.


가사 노동을 대체로 여성이 하고,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생활을 중단하는 여성이 많은 한국의 문제는 어린 시절부터 남성이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거나 그런 생활을 접해보지 못하는데서 비롯한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신혼 초에는 서툴렀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서로가 잘할 수 있는 일 또는 덜 스트레스받는 일로 분담하는 노하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면 장보는 일에 스트레스가 많은 와이프 대신 제가 주말에 전적으로 보러 가기 시작합니다. 혼자 가다가 이제는 애들과 함께 갑니다. 그러다 보니 슬슬 주말 메뉴도 제가 정하고 요리도 제가 하게 됩니다. 그러면 설거지는 와이프가 기꺼이 해줍니다.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결혼의 본질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노력으로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 극복을 위한 노력이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04 팍스, 처음 알다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팍스(PACS : Pacte civl de solidarite). 한국어로 하면 '시민 연대 계약'. 두 성인이 서로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쉽게 보면 동거와 결혼 사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결합의 형태. 프랑스에 팍스가 있다면, 스웨덴에는 삼보(Sambo)가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제도가 있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결혼이란 트렌드와 가치관이 분명 바뀌고 있습니다. 저처럼 때 되면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결혼이 하나의 선택이라는 생각. '미혼'이 아닌 '비혼'이라고 이야기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말입니다. 


이러한 제도장치가 결혼이 단순 동화가 아닌 현실을 직시하고 살기 위한 슬기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05 미스터션샤인과 팍스

갑자기 생뚱맞지만, 요즘 미스터션샤인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허구이지만 시대적 배경은 약 120여 년 전 조선이자 대한제국 시대. 강대국 사이에 이리저리 치이는 상황 속에서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계급사회를 뒤흔드는 일과 생각이 주인공들에게 일어나며 혼돈을 보여줍니다. 


그 당시 신분/계급을 넘어서는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 가문이 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시각.

지금의 이혼. 동거. 결혼 전 자녀를 가지는 것 그리고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


시대적 흐름이긴 하나, 당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이 2가지 시각의 공통점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갑자기 하루아침에 '팍스'와 같은 제도가 생겨날 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는 한국의 전통적인 '결혼'의 형태와 그 과정들에 의문이 생기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더불어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결혼이라는 것이 누군가와 단순히 '합친다'의 결과로 보여주기가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합쳐지냐가 더 중요해지는 '본질'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도적 장치는 우리의 사상과 마음가짐의 후순위로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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