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괴산까지, 왕복 7년간의 기록
내게는 작고 소중한 아지트가 있다
2013년 가을, 이곳을 알게 된 후 내 마음은 주말이면 이곳으로 향한다
왕복 5시간정도 거리이기에 매주 가기는 어렵다
시골집이라, 밤에 혼자 있다 무서워서 뛰쳐 나온후론 절대 혼자 가진 않는다.
나처럼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일정을 맞춰 그곳에서 만난다
월1~2회 정도의 주말괴산살이를 시작한지 햇수로 7년이 되었다
주인장은 서울사람이다. 누구나는 되지만 아무나는 안된다는 철학으로 이 공간을 열어두고, 본인도 가족들도 시간이 될 때만 온다.
공간에 대한 철학에 동조하여 주인장과 금새 친구가 되었고,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지가 되었다
금요일밤에 주로 출발한다. 최대한 주말을 길게 보내기위한 전략이다. 밤운전이 차가 덜 막힌다는 장점도 있다
간혹 피곤해서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가 아니고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홀로 선산휴게소에 들러 허리도 펴고, 휴게소의 절경도 관람하고, 커피도 한잔 마시는 여유를 부리면서 말이다. 밤이 아닌, 토요일 오전에 출발하는 것도 꽤 근사하다. 고속도로를 향해 뻗어있는 산들의 절경을 감상하며 운전할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운전을 꽤 좋아하는 성향인듯한데, 차량이 많은 도시에서는 유독 겁을 먹고 운전바보가 된다.이런 내게는 4차로로 뻥뻥 뚫린 (경부)고속도로를 차들을 비집고 차선을 변경해가며 운전해 나가는 스릴을 즐기는 것이 일종의 해방감을 준다. 고속도로 운전이 적성에 맞다.
하지만, 몸이 피곤하고 잠이 몰려오는 몸으로 운전대를 잡은 날은, 칠곡휴게소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적도 있다. 도저히 괴산까지 운전하고 갈 자신이 없어져 집으로 온것이다. 이럴때면 괴산은 너무 먼 곳이 된다. 내가 언제까지 갈수 있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7년 동안 꾸준히 나는 대구와 괴산의 고속도로를 누벼가며 괴산의 아지트를 지키고 있다
함께 이 공간을 가꾸고 지키는 친구는 많지않다
잠시 왔다가, 머물다가 이내 사라지곤 한다
내가 데려갔던 대구의 지인들도 친구들도, 한번은 가지만 두번은 어렵다
이 곳은 멀고, 춥고, 덥고, 화장실이 불편한 촌집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아니고, 주말에만 가끔 머물기 때문에
한번 모이면 열심히 청소하고 가꾸고 관리를 해줘야한다
곰팡이 낀 이불을 햇살에 말리기, 화장실에 모인 똥과 오줌을 처리하기, 화장실휴지통 비우기,
마당에 풀 베기, 텃밭가꾸기, 방바닥 청소하기, 먼지 닦아내기 등 할일은 무지무지 많다.
이런 불편과 수고의 9할은 주인장의 몫이다. 그럼에도, 이런 수고스러움을 함께하고 좋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 공간에 머물 자격이 생기게 된다(다시 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집이 가진 모든 불편함들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구심점이 되는것이다.
이렇게 비슷한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비주류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자라면서 가족안에서 미운오리새끼로 살아본, 이해받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했던 내 인생을
보상받는 느낌으로, 나는 이곳에 가면 마음 편하게 사랑한다.
늘 그렇게 일복많은 인생으로 살아왔지만, 여기서는 모두 그저 각자의 역할을 할뿐이기에,
기꺼이 내할일을 찾아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다.
나는 사랑을 하고 싶어서, 아무걱정없이 마음을 펼치고 싶어서, 여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