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청년의 권리를 되찾다

악성민원인의 탄생

by freesunny

아직 처분을 통보받지 못했다.

그래도 막상 갈 곳이 없으니 나갔다.

교육장 입구에서 간식을 나눠주고 있는 담당자들.

어쩐지 오늘 따라 낯설다.

"청년님, 안녕하세요, 출석 체크 부탁드립니다"라며 웃고는 있는데

아무도 내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나한테만 그러는거면 또다시 민원을 넣으려 했지만,

다른 교육생에게도 똑같이 대하는 것 같으니 참아주겠어.


"오늘도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시간은 사회초년생이 알아야 할 노동권익교육입니다.

강사님을 모시겠습니다. 박수부탁드립니다."


팀장이 보이지 않는다.

내 민원이 이토록 빠르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가?

에이 설마 이렇게 빨리? 집중이 되지 않는다.

A도 내옆이 아닌 저 멀리 앉아서 더이상 날 귀찮게 안하고.

드디어 내 세상이 온 것인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운영진에게 묻는다

"저기... 팀장님 오늘 안 보이시네요?"

"아, 팀장님 몸이 좀 안좋으셔서 병가내셨어요."

사뭇 진지한 척 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불편한 사람들이 치워졌으니 앞으로 마음 편히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훔쳐보고 싶었던 여자를 마음껏 훔쳐보며 흥분감에 취해본다

이제 여기서 나를 방해할 수 있는 건 없다.


휴대폰 알림이 온다.

"귀하의 국민신문고에 대한 답변이 왔습니다."

아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청년지원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한 귀하의 관심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감사드립니다.

귀하는 프로그램 참여자로써 불편을 느낀 부분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였으나 해당 프로그램의 운영자들이 귀하에게 다소 사무적인 태도를 보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에 본 프로그램의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청년시는 본 프로그램의 운영기관을 상대로 해당 팀장의 징계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였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친절 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또한 귀하를 비롯한 참여자들의 요청 사항이 현장에서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을 지시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청년시는 더욱더 낮은 자세로 청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할 것이며, 청년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업도중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살면서, 이런 기분을 얼마나 느껴볼 수 있을까?

청년인 내가 청년으로써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되찾은 기분, 역시 권리는 찾는 사람의 것이다.

내 행동으로 인해, 수많은 전국의 청년들이 오늘 권리를 되찾았다.

나는 이토록 큰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청년들의 권리를 되찾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토록 보람되고 기쁜 경험은 살면서 처음이다.

이 기쁨을 나눌 친구가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나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이런 나를 못 알아보는 니들이 바보지 뭐.

나중에 다들 서로 친구 되겠다고 후회해 봐야 그땐 늦었을 거다.

이 바보들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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