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온실 밖의 공기

by freesunny

차가움이 손끝으로 번졌다. 시동은 걸렸지만, 기어는 움직이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시청 건물의 불빛이 번쩍였다 꺼졌다.

숨을 가다듬으며, 핸들을 잡은 손의 떨림이 잦아들때까지 기다렸다.

아까부터 계속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 언제와?"라며 짜증이 잔뜩 실린 딸의 전화였다.

"아참, 엄마가 늦는다고 얘기하는 걸 깜박했어. 10분내로 도착할거니까 좀만 기다려줘"

그녀는 침착한 말투로 딸을 달래고,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실은 채 엑셀을 밟았다.


다음 날 아침, 회의실

그 동안 한청년과의 민원과 그에 대한 대응자료들이 인쇄되어 쌓여있다.

모두들 팀장의 눈치만 보느라 아무도 선뜻 말문을 못 연다.
“팀장님, 시청 감사팀에서 오후 두 시에 면담 잡혔어요.”

팀원이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는 고개만 끄덕였다.


점심 무렵,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보낸 사람은 프로그램 참가자인 ‘전도현’
그녀가 기억하던 청년 중 한 명이었다.

“팀장님, 제 이야기 그냥 들어주셨던거. 바쁘실텐데 시간 내주신거.
그게 너무 위로가 됐어요.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화면을 잠시 응시했다.

오후 두 시, 감사실
벽에는 ‘공정한 조사, 투명한 행정’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팀장님, 오해 없게 말씀드리면 좋겠습니다. 절차상 조사니까요.”
감사 담당자는 준비된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그녀는 “예” 하고 짧게 답했다.

“통화 중 민원인을 무시하는 발언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발언이요?

“청년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으시고, 계속 자기 입장만 말씀하셨죠”
“자기입장이 아니라 설명을 한 거에요 ”

“그래서 청년이 무시당했다고 느끼게 만드셨습니다”

.....

"그것이 청년권익보호 지침을 위반하신걸로 판단됩니다"

.....

"처분에 대해서는 추후 통보가 갈 겁니다"

말문이 막혀 더이상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빠르게 서류에 서명함으로써 숨막히는 면담을 마쳤다.


청년지원센터 상담실.

“그날, 팀장님 눈이.. 저희랑 같았어요. 답답한 사람 눈.”

자기 이야기만 몇 시간을 하던 순한 청년이 갑자기 어른으로 느껴졌다.

잠시 숨을 들이켠 채 말했다.
“이건 청년님이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그녀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상담을 마쳤다.


청년을 건물 밖까지 배웅했다.

그 마음이 고맙다는 말을 하니. 청년은 웃음을 보인채 돌아갔다.

이내 건물 밖 찬 공기가 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게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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