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9일 차.
약을 먹으면 두근거리는 가슴은 멈추지만.
머리가 멍하고, 몸이 무거워진다.
침대에 누운 채 학교 가는 아이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띠링"울리는 휴대폰 문자.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열어본다
'징계위원회 소집 통보-00일 00시 0000에서'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듯 올라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한다
옷만 챙겨 입은 채 세수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선다.
9일 만의 외출. 도서관으로 향한다.
'행정소송', '행정심판'과 관련된 도서코너에 섰다.
눈은 책을 찾는 것 같지만, 입으로 무언가 열심히 중얼거리고 있다.
"이대로 내 10년을 날릴 순 없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 했는데, 억울해서 미치겠어"
낮게 중얼중얼거리며, 열심히 두 눈으로 책을 훑어나간다.
청년 한 명이 같은 코너에서 책을 찾고 있는 것을 보자,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청년권익보호'를 읊조리며 로맨스 소설 코너로 자리를 옮겨간다
손에 잡히는 책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책을 보는 듯하더니 주위를 연신 두리번 거린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청년 한 명과 눈이 마주친다.
로비의 정수기로 이동해 물을 한잔 마시고 고개를 들어보니 게시판이 눈에 들어온다.
익숙한 청년지원사업 포스터들이다.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지며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청년이 바로 옆에 있단 사실에 놀란다.
청년이 있는 쪽을 향해 "죄송해요"라며 청년에게 두 손을 모아 박박 빈다.
그러더니 갑자기 청년의 멱살을 잡으며 화내듯 소리친다
"온실에도 바람이 없으면 썩는다고!! 다들 썩어 문드러진거지"
통제할 수 없을것만 같은 그녀의 행동에 놀란 청년이 밀쳐낸다
힘없는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고 기절한다.
응급차가 온다..
그녀가 실려가자 바닥에 떨어진 청년지원사업 포스터가 나뒹군다
누군가 포스터를 주워 다시 붙인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모두들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