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택시에서 만난 동네주민

서로 인사하지 않는 아파트 문화

by freesunny

가끔 밤늦도록 야근하는 일이 있는데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한다.

사무실은 도심지역이라, 횡단보도 앞에 손님을 태우기 위해 택시들이 항상 대기를 하고 있다.

자정을 훌쩍 넘긴 늦은 퇴근길, 젤 앞에 대기한 차량에 몸을 실었다.


"0000 휴먼시아 00단지 아실까요? 거기로 가주세요~"

"00단지요? 아 네 거기 가십니까? 하하 잘됐네요"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말하는 그 짧은 시간의 긴장감, 이유는 기사님은 퇴근하던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퇴근길 손님 한 분이라도 더 태워 이동하자는 생각으로 동쪽 방향을 향해 택시를 정차해 두셨는데,

마침 탄 손님이 동쪽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퇴근 목적지를 말해서 너무 반갑고 고맙다는 것이다.

혹여라도 동쪽방향 손님이 아니면 어쩌나 싶어 잠시 긴장을 하셨다는 이야기까지.


"이렇게 퇴근을 시켜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며 너무 즐거워하시는 택시아저씨.

"아니에요, 저는 그냥 택시를 탄 것뿐인데. 동네주민을 뵙다니 제가 다 감사하네요"

덩달아 즐거운 마음으로 택시는 동쪽, 우리들의 거주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 나간다.

밤이라 차량도 별로 없고 신호도 술술 풀렸다.


"살아보니 00단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더라고요"

기사님이 잠깐의 침묵을 깨며 말을 꺼낸다

"네, 저도요. 지하철역도 가깝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가깝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형마트도 바로 옆에도 있고, 상권도 좋고요"

"교통도 좋고, 상권도 좋고. 이 정도면 정말 살기 좋아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겁게 우리의 아파트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이야기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좋은 곳이란 생각을 함께 나누는 건 절로 웃음이 나는 경험이다.


대로를 빠져나와 동구를 향해 난 이정표를 따라 기사님은 핸들을 꺾는다.

"근데 우리 아파트의 큰 단점이 하나 있어요"

사뭇 진지하게 화제를 돌리는 기사님의 말에 절로 귀가 쫑긋해진다.

무슨말을 하실지 무척 궁금하다.

"서로 인사를 안 해요. 그것만 되면 정말 좋은 아파트 같아요"

"아 그러네요. 주민들 간의 좋은 문화가 없네요"

주민분과 이야기 나눈 경험이 그때 처음이었다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사오던 날, 주민분의 좋지 않은 첫인상으로 인해 어쩌면 단절하고 살았던 걸지도 모른다.

아파트 주민들 모두가,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는 곳.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곳이라는 선입견은, 외부인들만 가지는것이 아니다.

주민들간에도 그런 인식들이 있고, 그것은 서로 인사를 나누는 데도 벽을 만든다.

나는 여기 잠시 살 거지만 당신들은 여기 아니면 못 살지 않소!! 하는 가난의 무리에 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만든 벽도 있을 테고, 자격지심이 있는 불친절한 주민들을 몇번 겪고는 아예 담을 쌓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어찌되었든 '가난'이라는 낙인이 찍힌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끼리 웃으며 화기애애 지내긴 어려운 듯 하다..

그때까지 아파트 주민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못하고 살았다.


차량은 어느덧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고, 계산을 마친 후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2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의 경험, 동네주민분과의 만남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그 후로 우리 아파트의 단점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으로서 책임을 느끼기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저층에 거주하는 지라 엘베를 자주 타지 않지만, 엘베를 탈때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모두 잘 받아주시고, 한 번은 장바구니에서 하드를 꺼내 건네주시기도 했다.

물론 사양했지만, 받은 것 마냥 감사했다.

습관이 되지 않으면 금세 또 잊어버리고 예전의 상태로 갈 때도 있지만, 여전히 노력 중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주민분들 중에 먼저 인사하시는 분이 정말 많아지고 있다.


그 후로 다시 만난 적은 없지만, 택시를 탈 때면 종종 그때 그 기사님이 생각이 난다.

아직도 살고 계시려나? 이사를 가셨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덕분에 인사를 하게 되었으니 다음에 뵈면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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