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의 나의 아지트는 이제 없다
지난 한 해는, 시골살이를 마무리 하는 한해였던 것 같다.
시골살이란 것은 한달에 한번, 또는 두번, 또는 세번이 될 수도 있기에
시간의 흐름이 아주 더디다. 지난 7년간 나는 드물게 또는 자주 수시로 드나들며 이곳을 아꼈고
여기서 친구를 많이 만났다. 내겐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창구이기도 했다.
지난해 공간에 많은 변화가 찾아들었고, 공간의 사라짐을 준비했다.
그리고 올해 현실이 되었다.
주인장이 이곳을 매물로 부동산에 내놓았고,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부동산에 내어놓은 것을 듣고는,
공간에 가졌던 모든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모두에게 이 공간이 같은 존재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존재보다는 사라짐을 기억하는 쪽이 더 의미있을 수 있으므로.
이렇게 묻혀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겐 먼 곳이었으니까.
우리는 늘 이렇게 있는대로 차려내는 아침을 먹었다.
점심과 저녁은 제대로 계획하고 준비해서 잘 해먹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침은 전날 남은 밥과 함께,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어떻게든 조합해서
대충 한끼 식사를 만들었다. 그래도 늘 맛있고 따뜻했다.
그렇게 지난 1월 석화를 배송하여 함께 먹기 위한 모임이 탑골의 마지막이 되었다.
새로운 주인이 들어오기 전에 한번은 더 갈지 알았는데, 결국 한번도 가지 않았다.
그렇게 7년의 시골살이는 끝이 났다.
늘 그런 생각을 했었다.
소유해야하지 않을까? 내가 소유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남의 공간을 '이용'만 하는 것 뭔가 허무하지 않을까?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고 이곳이 좋았기에 계속 애정하고 들락거렸다
내 것이 아니었기에 당연한 거지만, 세상과 소통하던 숨통같았던 공간이 사라지니
많이 아쉬웠다. 좋지 않은 나의 마음을 인정하고 내비치고 싶지도 않았다.
공간과 함께 마음도 잘 묻어버렸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이제, 내 손으로 가꿔나갈 새로운 공간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