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나르시시즘 엄마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나날들.
결코 모른척 하고 보낼 수 없는 합법적 민족 이동의 날 추석이다
엄마가 날 지배하려고 할 때마다 거절해야 한다는 다짐을
몇번이고서 되뇌이며,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머하노?"
"내, 텔레비보고 누웠다"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는 엄마가 혼자 있음을 알게 해준다
"아무도 안왔나?" 알면서도 물어본다
"아무도 없지, 내 혼자 이래 있지"
"나는 오늘 갈라했는데, 몸이 안좋아서... 내일갈게"
"그래 내일온나, 내일 너거 아빠 산소 가보자"
"그래 내일 갈게"
나물 반찬과, 소고기국을 한 솥 끓여놓고 나를 기다린 엄마.
늘 같은 맛에 같은 반찬이지만.
먹는 순간. 아 나 이 밥이 먹고 싶었구나. 알게 된다.
하지만, 덤덤이 별 감흥 없는듯 먹는다.
성묘에 갈 채비를 한다.
샤인머스켓 한송이, 사과 한알, 송편 한접시와 소주를 챙긴다
작은 돗자리와 접시, 젓가락, 컵도 두개 챙긴다
아빠의 묘는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공원묘지이다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으나, 최근 고속도로가 생겨 이동시간이 단축되었다
공원 묘지의 수 많은 묘들을 지나,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쉽게 찾아내는
엄마를 따라 아빠의 묘 앞에 돗자리를 깐다
챙겨 온 음식들을 차려내고,
오랫동안 해온 의식대로, 엄마가 무릎을 꿇고 내미는 빈잔에 소주를 붓는다
함께 절을 한다..
소주를 묘에 여러번 나눠 뿌려주며 혼잣말 같은 서글픈 인사를 한다.
작은 의식을 치른 후.
돗자리에 편안히 앉아, 다시 엄마가 내미는 빈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여기는 30년 채우고 나면, 이장해야 되는데 그것도 몇 년 안 남았다"
소주를 한 잔 마신 엄마가 말을 꺼낸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97년이었으니... 몇년 안 남긴 했네"
"너거 아빠 여기 묻을 때, 너거 삼촌들이 옆에 내 자리도 같이 사라고 했는데,
그 때 안 사길 잘했제?"
"맞나? 30년 전에 그거를 왜 사라카노?"
"부부는 같이 있어야 한다고 그때 저 옆에 거를 사라카더라. 그거 샀으면 후회했겠제"
"그래 잘했다.. 사놨으면 30년을 그냥 비워놨을거 아이가"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시던 그 당시에..
미성년 자녀 셋을 둔 아이의 아빠를 잃고, 정신없이 울기만 하던 엄마는
친척들이 나서서 일을 치르느라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엄마에게 남긴 상처들도 간직하고 있다가,
가끔씩 내게 꺼내어 보인다.
그들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쏟아내며 나를 힘들게 하던 때가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니 이제 덤덤히 말을 하고 있는 엄마가 있다.
다행이다..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려는 엄마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싸간 음식들까지 말끔히 먹어치운다
돌아오는 길엔,
엄마 친구들 사이에 소문났다는 새로 생긴 카페에 들러 비싼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