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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컬리 Sep 18. 2024

엄마는 늙고 있다(2)

엄마의 몸을 통해 깨닫는 시간. 

비싼 커피와 함께 빵도 같이 먹었기 때문에 

우리 모녀는 늘 하던대로 저녁 산책을 나선다.

명절이면, 엄마가 동네 친구와 매일 저녁 운동하는 길을 함께 한다

7키로, 늘 걷던 속도와 호흡으로 그렇게 걷고 집으로 온다 

땀을 더 많이 흘린 엄마에게 먼저 씻으라 하고, 

나는 거실에 대자로 누워 폰을 본다


잠시후 다 씻고 난 엄마가 거실에 나와서 옷을 입는다.

모녀 지간에 엄마의 몸을 얼마나 많이 봤을까..

내 몸 만큼이나 익숙한 엄마의 살결.

탱탱하던 엄마의 피부가

매끈하던 엄마의 허벅지가

통통하던 엄마의 뱃살이

목욕탕에서 숱하게 보았던 할머니들의 처진 몸처럼

살들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엄마는 이제 할머니였다


엄마의 몸을 본 것은 충격이었다 

엄마의 몸은 너무나 달라졌다.

엄마는 아름다운 여성이었고,

여성스러운 생명력을 지녔었는데..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할머니가 된 엄마에게, 

지지 않겠다고. 독립하겠다고.... 

그렇게 기를쓰고 이기려고 한 건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는 늙고 있는데, 

왜 나는 그걸 몰랐을까


욕실에 들어와, 샤워를 하려고 보니

샤워기에 낀 곰팡이 때가 보인다..

청소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었는데,

눈이 안좋아지면서 작은 때가 낀 것을 잘 못본다

엄마가 보지 못한 욕실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이런 엄마에게 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은 나를 반성하며

욕실의 묵은 때를 열심히 벗겨내었다


내 마음의 상처는 

엄마의 몸 앞에서 

생명력의 한계를 확인한 순간 

박박 닦아 물에 씻겨나가고야 마는 

작은 곰팡이 같은 것임을 

깨닫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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