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대한 배려가 어려워지는 이유

번아웃이 찾아온 이야기

by freesunny

과도한 책임감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지나치게 직원들을 배려하다보면.

극심한 번아웃의 시간이 찾아 온다

심지어 최근에 든 생각은.

과거 내가 겪은 관리자들의 권위적인 태도에는 어쩌면 이유가 있었던거 아닐까?

그들 나름대로 지속가능한 방식을 채택했던 거 아닐까?

어쩌면 그 오래되고 낡은 방식이 지속가능한 리더십의 정답은 아니었을까?

라는 얼토당토한 생각까지 오게 되었다

내가 극혐했던 리더들의 방식을 부러워하게 된 상황이랄까...


부하직원들의 마음을 고려하거나, 상황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쓰인다

관리자들의 고유 업무인 성과관리에만 쓰기에도 모자란 에너지를

수십명의 직원들에게 발생하는 개인사정과 그것들을 배려하기 위해 고민하다보면

머리가 터질것 같은 지경, 아무 생각도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번아웃이 온 것 같아 무기력하고 우울해지고 있는 요즘,

그것을 알 리 없는 직원의 면담 요청.

대학원에 가게되어 평일 하루를 출근을 못하게 된 상황에 대한 요청

담당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요일에 마침 대학원수업일정이 잡혀버렸다는 것.

대학원 등록은 마친 상태이므로 양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머릿속에는 그 요일을 누구로 메꿀 것인가, 어떻게 업무를 조정하고, 소통할 것인가

이 직원도, 다른직원들도 모두 큰 불만이 안생기도록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의 고민을 하느라 머릿속 엔진이 동시에 여러 가지생각들을 해대느라 빠르게 움직인다

늘상 하던 일인데 요즘들어서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생각이 멈추어버린다. 머릿속에서 열심히 일하던 일꾼들이 자리를 이탈하고 파업을 한다


일단 천천히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기로 한다

내 답변을 듣자, 다음 안건이 또 있다고 한다

중요한 출장이 잡힌 날인데 갑자기 사정이 생겨 휴가를 써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이런 간단한 것은 지금 결정을 해줘야 할테니.

또다시 머릿속 일꾼들을 일으켜 본다

하지만 여전히 파업중인 머릿속.

답답함에 고개를 숙이며 한숨이 터져나왔다.

"참 쉽지 않네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말.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하는 찰나.

"그러면 그날은 꼭 안쉬어도 됩니다. 제가 나오겠습니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조금이라도 내 고민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지가 다행스럽게 들렸다

"네 그러면 그렇게 합시다. 꼭 안쉬어도 되면 나오세요"라고 말하고 면담을 마쳤다


한 사람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 테니까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겪은 MZ들의 특성은. 누군가를 배려하면 왜 배려하는지, 자신은 왜 안되는지를 따져 묻는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배려를 해준 것이므로 내게 특별한 사정이 생기면 나도 배려받겠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배려를 해준 행위에 집착하고 나도 똑같이 배려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특별한 사정에 방점을 두지 않고 배려를 받았다는 것에 방점을 둔다. 어쨌든 그들의 논리는 원칙에 예외를 두었다는 관리자의 정당성을 혼란에 빠트리고 모두에게 적용해달라는 요구를 통해 결국 원칙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수록 관리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별한 사정이 있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하는 유연함을 잃어버린 원칙과 규율이 견고해지는 조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MZ들의 특성이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이렇게 매일매일 힘들게 허덕이다 결국 번아웃을 견디지 못해 멈추는 것보다

편안하게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슬며시 고개를 쳐든다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 합니까? 무책임하지 않습니까? "

라는 말로 팩트폭행을 해버리거나

"휴가는 일주일 전에 결재받은 것만 허용합니다"

"어떤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에 예외는 없습니다" 는

원칙적인 말만 해댄다면.

지금과 같은 번아웃을 겪을 일은 없을 텐데 하고 말이다.


요즘은 과거의 권위적이었던 상사들이 부럽기 짝이 없다.

어쩌면 나도 그런 모습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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