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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자두 Jun 24. 2023

나는 빚쟁이입니다.

빚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사진출처 : unsplash


"너 미쳤어? 회사 생활 한지가 몇 년인데 모은 돈이 있어도 모자랄 판에 빚? 그것도..."


ADHD 환자의 증상 중

' 돈 관리를 하지 못하며 충동적 소비가 많다. '


모두 나의 이야기다. 사회생활은 10년 차가 다되어 가고 30대 초반인 지금 나에게 있는 돈은 고작 몇백만 원이 전부이며 빚은 천만 원대 중반이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왔을까? 시작은 어려워진 가정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았던 몇백만 원의 대출이 시작이었다. 그 돈을 잘만 갚아 왔다면 내 통장엔 몇백이 아닌 몇천이 있었을 것이다. 힘든 가정형편과 개발자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핑계로 썼던 돈이 쌓여 결국엔 큰 빚으로 남아버렸다. 다행히 아직까지 밀리지 않고 몇 년째 꼬박꼬박 갚아 나아가고 있다. 


몇 년을 숨겼던 빚의 존재를 엄마에게 알린 날, 예상대로 엄마는 충격을 받았고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 침묵을 깬 엄마의 말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죽어라 갚아야지. 파산? 파산의 ㅍ도 생각하지 마. 허리띠 졸라매."


맞는 말이었다. 통장에 있는 남은 돈을 털어서 카드값을 털었고, 늘 그랬던 것처럼 내 월급에서는 큰 금액의 원금과 이자가 나갈 예정이다. 수중에 남은 돈은 별로 없다. 미쳐버린 물가에 대응할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현실이 이렇기에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매일 출근하면 본능처럼 가던 카페를 끊고 회사에 비치된 스틱커피를 마실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카페를 안 갈 수는 없다. 사회 생활하면서 내가 사야 하는 때도 있기에 평상시에 돈을 아꼈다가 쓸 예정이다. 아니지.. 무조건 그렇게 해야지.


ADHD의 증상을 핑계를 대기엔 너무 큰 금액의 빚. 어느 순간부터 나의 등에 올라타 등골을 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멈추지 못하는 충동적 소비, 결국엔 엄마의 한마디에 쓰지 않는 물건들부터 당근마켓에 올리기 시작했다. 뜯지 않은 새 제품도 있었다. 이걸 반값에 내놓아야 한다니... 과거의 나에게 욕 밖에 할 수 없었다.


"네 능력을 키워서 돈을 많이 벌어봐. 그렇게 해서 빚을 빨리 갚아 나아가면 돼. 서른 초반에 사회생활 다시 시작한다 생각하고 달려. 앞만 보고."


엄마는 능력을 키워서 연봉을 올리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는 말을 해주셨지만 사실 나는 주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다. 주 5일을 근무하고 꿀 같은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또 일이라니 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저지른 일 내가 수습해야지.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 익명 커뮤니티에 서른 초반에 직장생활은 10년 차가 다되어가는데 모은 돈은 없고 빚만 있다며 한탄하는 글을 써서 올린 적이 있다. 내가 글을 올림과 동시에 무섭게 달리는 댓글들. 나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그들도 나와 같이 등골이 휘어가며 빚을 갚아가고 있었고 일부는 실직자 상태라 빚을 갚지 못해 파산신청을 했다는 댓글도 있었다. 파산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몸이 건강하고 내 스스로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는다면 끝이 보이는 빚을 다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우선 건강을 챙기자 다짐했다. 운동도 하고 직무 공부도 전보다 열심히 하자고. 그러면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줄어든 빚과 함께 커리어도 한 단계 더 성장하지 않을까? 


빚은 사람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족쇄다. 은행 앱이 활성화 되면서 비대면 대출이 쉬워졌고 그에따른 신용대출도 많아졌다고 한다. 그중에 나처럼 소비를 이기지 못하고 대출을 받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잠시나마 돈이 생겨 기분은 좋겠지만 결국 빚은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당근 마켓에 팔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글을 써본다.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님아 당장 은행 앱에서 대출 상품 검색을 하지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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