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배워갑니다.
사진 출처 : unsplash
'로그인 전 메인화면을 좀 바꿔주세요.'
출근하자마자 던저진 폭탄. 나는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 것인지,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도 적혀있지 않은 피드백만 적혀있는 문서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좌절할 뿐이었다. 어려워도 해야지라는 다짐을 하며 피드백에 맞춰 기획을 다시 한 후 전달하기 전, 팀 막내가 와서 물었다.
"PM님 저.. 할 일 좀 주시면 안 될까요? "
"음... 그럼 고객이 피드백 문서를 보내줬는데, 보고 한 번 설계서 수정해 볼래요? "
막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감을 들고 자리에가 신나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는 다시 내 할 일을 마무리하였다.
다음날 막내는 할 일을 다했다며 파일을 보내왔다. 막내가 작성한 문서를 열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랄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다 고려하여 작성한 설계서였다. 나는 속으로 감탄하며 한 페이지 씩 확인하였고 막내는 긴장한 듯 노트와 펜을 들고 와서 나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었다.
"잘했어요! 내가 놓친 부분까지 잘 찾아냈네요. "
"정말요? 감사합니다! 근데요 PM님 그래도 제가 잘 못 생각한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다시 한번 같이 봐주시면 안 될까요?"
막내의 적극적인 태도에 나는 바로 오케이 했고 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객의 피드백에 부합할만한 설계서를 내놓기 위해 열심히 의견을 내놓았다. 열심히 의견을 주고받는 동안 나는 막내 직원의 말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은 점이 있었다.
1. 기획자는 꼼꼼해야 한다는 것.
2. 고객이 던진 피드백의 틀 안에 갇혀있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오랜만에 다시 느끼게 해 주었다. 집에 오는 길, 내가 설계한 화면이 고객의 요청사항에 가까운 설계서인지, 고객에게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 준 설계서였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막내 직원 덕분에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들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고, 느슨해져 있던 기획자의 시각을 재정비하기 위해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것.
PM 일에 정신없다는 핑계를 방패 삼아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나에게, 직급을 막론하고 시원하게 얼음물을 끼얹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