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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자두 Jun 14. 2023

3개월 차 병아리 PM의 중간보고

짧은 기간 동안의 고분고투기

사진 출처 : unsplash


크지 않은 프로젝트에 이제 경력이 1년 6개월 된 기획자가 PM을 맡았다. 처음 PM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올 뻔했으나 어쩌겠는가. 먹고살려면 해야 하는 것을.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프로젝트 PM. 3개월이 지난 지금,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1. 팀원과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차장, 부장도 아닌 직급이 PM을 맡았다? 바로 무시당할 법한데 다행히도 우리 팀원들은 나의 의견을 존중하였고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해주는 쿨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PM은 항해사다. 잘 이끄는데 집중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했다.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은 내가 이끌어 나가되 팀원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팀원들이 필요해하는 것, 기획서를 보고 더 나은 방식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는 것 등 사람들과 의견을 맞추고 호흡하는 것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2. 고객의 의견을 다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배우고 있다.

고객이 갑이다. 하지만 갑이 하라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는 현실이 닥칠 때면 나는 최대한 그들에게 우회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다행히도 대부분은 안내한 방법대로 따라줘서 순탄하게 흘러가지만 늘 순탄할 순 없는 법이다. 끝까지 이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꼭 지켜주길 바란다며 선을 그을 때, 처음에는 식은땀이 날 정도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조건 받아들였다가 결국엔 팀원들에게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 소리를 들은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이 무조건 해달라는 요구를 하였고 우리는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왜 할 수 없는지에 대해 자세한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현재 환경과 맞지 않은 이유, 팀원들의 능력, 부족한 시간 등 수많은 이유를 정리하여 고객을 설득한다. 설득하는 동안만큼은 너무나 힘이 들었지만 끝내 고객이 우리 손을 들어주었을 때 쾌감이란 이루어 말할 수가 없다.


3. 문서, 문서, 또 문서... 문서지옥

PM의 일과는 프로젝트 상황을 관리하고 고객과의 소통이 주된 업무이지만 뒤에 조용하면서도 크게 떡하니 서서 버티고 있는 '산출물'이라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매일 같이 키보드를 개발자 보다 더 많이 두드리며 진땀을 빼는 게 일상. 여차저차해서 끝낸 문서 뒤엔 또 다른 문서가 기다리고 있으며 심지어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템플릿을 제공해 준 고객에게 해당 문서에 대해 설명을 들어야 할 때가 많다. 하다 보면 는다는 게 문서 작업이라는데.. 언제쯤 문서와 친해질 수 있을까? 아마 이 업을 계속하는 동안 친해지기는 힘들 것 같고 말수가 적고 나에게 관심이 딱히 없는 짝꿍으로 함께 다니지 않을까?


3개월 간 얻은 것들이다. 그럼 잃은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 시간이 좀 더 흘러봐야 알 것 같다. 아직까지 잃은 것은 없다. 팀원들과도 목표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진짜 얻은 것과 잃은 것 모두 정리할 수 있는 글을 올려볼 예정이다. 그때까지 얻은 것은 많고 잃은 것은 적은 프로젝트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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