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출신이라고 다 알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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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씨 개발했었다면서요. 왜 이런 것도 몰라요?'
벌써 몇 번째 듣는 말일까? 이제는 해탈해 버리기 직전이다. PM으로 일하면서 기획 쪽 커뮤니케이션 보다 개발 쪽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지다 보니 듣게 된 말이다. 분명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개발한 사람인데 이런 프로세스를 모른다고?라는 표정의 개발자들. 그때마다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리고 늘 퇴근길마다 개발자 시절 왜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왜 공부를 많이 안 해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라는 끊임없는 생각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끊이질 않는다.
결국 백엔드 개발과 서버에 관한 서적을 구매했다. 말귀를 알아들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개발자 출신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기대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내 개발 지식수준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기대치는 낮아지겠지만. 절이 싫어 중이 떠난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나는 절을 떠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 관련 지식을 쌓는 것만이 살길이다'라는 마지막 끄나풀을 붙잡고 있다. 개발자 시절 책만 펴면 졸음이 쏟아지고 이해가 죽어도 안되던 것들, 지금 본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 무슨 용어인지는 알고 지나가자 라는 마음으로 책을 샀다. 아무것도 모르는 PM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에.
그 시절 복붙으로 연명하던 실력 없던 개발자가 공부를 안 하면 이런 수모를 당하는구나 싶어 배송 온 개발 서적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처음부터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비전공자들도 할 수 있는 것을 나라고 못하겠는가. 남들이 한 번 보고 이해할 때 나는 최소 세 번을 봐야 한다. 느리더라도 꾸준함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 그리고 개발 공부를 시작하는 이유 중에 다른 이유는 내가 언제까지 기획자로 살아남을지 모르고 그러지 않길 기도해야겠지만, 다시 개발자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것이니까 미리미리 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2년 반 만에 다시 시작하는 개발 공부. 손에서 놓지 않고 끈질기게 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