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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자두 Jul 09. 2023

생각 정리가 필요해

또다시 찾아온 생각 정리가 필요한 시간

사진 출처 : unsplash


이번주도 어김없이 방문한 정신과.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데 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그냥 무난하게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가지 힘든 점이라면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것? 프로젝트가 한창 달리고 있는 지금 나의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은 상태라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뒤이어 던진 질문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힘든 점이 있냐는 것이었다. 멈칫했다. 그럭저럭 괜찮은데 왜 괜찮은 것 같지가 않지? 어디선가 내 마음속에 작은 구멍이 생겨 물이 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르겠어요. 이제는 이 일을 하면서 힘든 건지 안 힘든 건지 판단이 안 서네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요." 


선생님은 무언가를 적으시며 고개를 또 한 번 끄덕이셨다. 종이에 무언가를 적으시면서 생각을 몇 초간 하시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지금 하는 일에서 마음이 떠나려고 준비 중인 것 같네요."


나의 마음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떠나기 위해 조금씩 짐을 싸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도 이 일은 전에 하던 일보다 낫고 괜찮다고 했지만 선생님은 단호했다. 마음은 이미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고.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기획자 시작 1년이 조금 지나 시작한 PM. 아주 작고 어렵지 않은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순탄하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하고 싶지도 않았던 역할이었기에 마음이 밀어내고 밀어내다가 결국 자포자기하고 받아들였고 억지로 하다 보니 결국엔 지쳐서 나가떨어져 버리게 된 것이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꼭 필요할 것 같네요. 생업에 대한 일이라면 더더욱 필요합니다."


생각 정리가 필요하다는 답변과 함께 약봉투를 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을 다녀온 이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원해서 시작했던 역할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판사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뛰어들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프로젝트만 잘 종료한다면 못할게 뭐가 있나 싶어 혼자 으쌰으쌰 하며 달려왔던 약 4개월의 시간. 너무 일찍 나가떨어져 버린 것 같아 자존심도 상하면서도 꼭 PM 역할 때문에 지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는 이유 이외에도 모르는 수많은 이유들이 쌓여 결국에는 아수라장이 되어 정리가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휴가를 내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일정을 확인해 보니 프로젝트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휴가를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에 시간 나는 대로 생각의 조각을 모아보고, 프로젝트가 종료가 되면 며칠간 혼자 어디론가 떠나 조각을 맞춰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계획을 세워 보았다. 어느 한 생각에 치중하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이 필요한 시간. 이 생각들이 정리되면 나의 미래가 조금 바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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