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이 장난도 아니고
사진 출처 : unsplash
'... 확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만 벌써 두 번째로 보내는 확인 메시지. 개발 완료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테스트 서버 방화벽이 열리지 않아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 답답한 마음에 메신저 쪽지를 보냈다. 하지만 '갑'님은 읽기만 하셨지 답변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촉박한 상황에서 이런 무신경한 태도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전에 대면으로 부탁드린다고 말했었다. 그때마다 알겠다는 대답을 들었고 우린 기다렸다. 하지만 '갑'님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주지 않았다. 협업이 안 되는 것이다.
마치 대학 때 악몽 같았던 조별과제를 하는 기분이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이렇게 협조를 안 해주니 PM인 내 입장에서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팀원들은 도대체 언제 테스트 서버에서 우리가 개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거냐며 계속 물어왔고, 개발하다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제 '갑'님이 확인해 주냐는 문의에 시달렸다. 아무리 '갑'님이라고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덕분에 나는 스트레스로 위경련이 와버렸고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마저 놓기 직전까지 오게 되었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갑'님 덕분에 (본인은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다.) 기획자 역할에 대한 현실 자각 타임, 현타가 세게 오기 시작했다. 이게 기획자구나.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면 어떻게든 매달려서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는 역할, 이 지긋지긋한 짓을 계속해야 하는 직업이구나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일 잘하는 기획자들은 이런 갑을 수도 없이 만났을 텐데 어떻게 버텼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출근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갑'님께서는 이렇게 협조 잘해주는 사람이 어딨냐며 큰 소리를 쳤지만, 글쎄요. 을은 너무 힘이 든다. 정상적으로 프로젝트를 오픈하지 못할 것 같아서 무서워지기 시작하니 깊게 잠들지 못하는 날도 많아졌다. 만약 정상적으로 오픈을 하지 못하면 그 잘못은 오롯이 내 탓일 테니까. 갑에게도 우리 회사에게도 그리고 같이 달려온 팀원들에게도..
오늘도 이를 악물고 답장 없는 나의 간절한 부탁이 담긴 메시지는 '갑'에게 발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