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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자두 Aug 06. 2023

여름휴가? 그게 뭔가요?

여름휴가 말고 가을 휴가, 겨울 휴가 없나요?

사진 출처 : unsplash


8월 초부터 출퇴근길은 여느 때보다 한산했다. 다들 여름휴가를 떠난 것 같았다. 7월 마지막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휴가 시즌. 나의 지인들도 하나둘씩 해외로, 국내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휴가가 주어지면 나는 여행보다는 휴가 때 아니면 못하는 것들을 주로 한다. 밀린 은행 업무를 본다던가 일하다가 아팠던 곳을 확인하러 병원을 간다던가, 친척들을 만나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주로 하고 있다. 지인들은 성수나 망원 같은 핫플레이스에 가보라고 권하는데 글쎄.. 사람 많은 곳은 영 내 취향이 아니라서. 올해 여름에는 집에서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고 보고 싶었던 책을 많이 읽는다던가 다이어리를 꾸민다던가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던가 계획을 세웠지만 미뤄지게 되었다.


'휴가? 프로젝트 끝나고 가야지. 가뜩이나 PM인데 무슨 휴가야.'


그렇다. 프로젝트는 힘들게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고, 나는 PM이다. 아파서도 안되며 아플 거면 프로젝트 끝나고 아파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그래서 가장 소중한 주말. 이 황금 같은 주말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했다. 열심히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건 '갑'이 해줘야 할 것들이 되지 않아서 생긴 일들인데 '갑'은 현재 퀄리티를 알게 된 검수 팀에게 들은 소리가 창피하다며 주말출근을 압박했다. 우린 주말 출근만은 하지 않기 위해 평일에 야근을 하며 퀄리티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완료되지 못한 기능들의 99%는 '갑'님이 해줘야 할 부분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서 인데.. 이걸 알고도 자기가 들은 소리가 창피하다며 주말에 나오라는 갑.


매미 울음소리에 귀가 아픈 토요일 아침, 나는 기운이 빠진 상태에서 출근하였다. 업무 효율이 오를리가 있겠는가. 입맛도 없었다. 그저 집에 가서 쉬고 싶었을 뿐.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했으면 좋겠다. 주말 출근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들도 아니었다. 무더운 여름에 우리가 평일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당겨서 했을 뿐.. 크게 나아진 것은 없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더욱 허탈했다.


휴가도 못 가는데 무더운 여름에 주말 출근은... 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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