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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종료 후 회고록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by 여름의 자두

기획자를 시작하고 짧았던 구축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사실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중이며 원래 일정대로 나는 철수를 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 보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했는데, 잘하기 위해 노력해도 나는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가 나에게 스트레스만 남겨준 것은 아니다. 잘 못 알고 있었던 것도 다시 알게 되고 더 깊게 기획자의 업무에 대해 성찰하게 해 준 프로젝트다. 내가 배우고 깨달은 것들은 매일 메모하여 기록하였다.



정보구조도(IA) 작성은 기본이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많은 쓴소리를 들었던 정보구조도(IA) 작성이었다. 여태 운영을 하면서 기존에 작성되어있던 IA를 보며 배웠던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프로젝트 업무 배제를 당한 후 나는 혼자서 프로젝트의 한 파트 IA를 혼자서 작성하였고, 퇴근 후에는 타 사이트 IA도 작성해 보았다. 진작 했어야 했던 부분인데 후회가 되지만 이젠 작성하는데 아주 큰 어려움은 없다. 중급, 고급이 되어도 어렵다는 게 IA라는데, 지금도 걱정이다. 막바지에는 기본 이상은 작성한다는 PM의 작은 칭찬을 들었다.

IA 작성이 아직도 어렵다면 메뉴구조도 먼저 작성해 보자. 메뉴구조도를 바탕으로 IA를 작성하면 그루핑이 훨씬 수월해진다.



회의록의 중요성.


결정된 사항만 작성하자. 쓸데없는 부가적인 설명들은 작성하지 말아야 한다. 간혹 조선왕조실록처럼 모든 말을 적는 기획자들이 있는데, 절대 그러지 말자. 고객사와 협의 후 결정된 사항만 요약하여 작성해야 추후 기존에 결정된 내용과 다른 말이 나올 경우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회의록 작성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의를 참석하지 않은 사람도 이 회의를 통해 어떤 것들이 결정되었는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잡일이라고 생각 드는 일도 성실하게 하자.


원래 나는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때마다 가족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 하고 있는 거나 먼저 잘하고 해."


업무 배제 후 나의 주된 업무는 사무 보조 업무였다. 기획자가 사무 보조 업무? 상상이 안 가지만 나의 실력을 탓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사무보조 업무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꼼꼼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작은 것부터 잘해야 중급 수준의 일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내가 원래 해야 하는 기획일도 더 잘할 수 있기에 나는 무조건 성실하게 했다. 타사 플랫폼 캡처하여 정리하는 일을 가장 많이 했는데, 덕분에 타사를 많이 분석하고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너무 상사에게 굽힐 필요 없다.


초반에 나는 상사에게 흔히 말하는 찍힌 직원이었다. 말하는 상사는 ‘너를 위해 내가 솔직하게 말한다.’라고 하지만 나에겐 대부분이 상처뿐인 말들이었다. 늘 팀원들 앞에서 들었다. 그럴 때마다 자존감은 더욱더 바닥을 쳤고 더 이상은 굽힐 자존심도 없었다.

어느 날 문득 든 생각이 아무리 내가 잘 못해와서 혼나는 거지만 굽신거리면서 죄송하다는 태도를 계속 취하는 게 맞는 건가? 내가 틀린 건 인정하고 ‘죄송합니다. 다시 수정해 오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상사의 못된 소리는 거르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실수할 때마다 굽신거리지 않았다. 상사는 늘 내가 굽신거리는 태도에 비웃는 사람이었는데, 바뀐 나의 태도에 할 말만 딱 하는 사람이 되었다.

절대로 나 스스로를 비난하면서 까지 굽히지 말자. 좋을게 하나도 없더라.



이 프로젝트를 끝내며 나는 네 번째 회사를 떠나 다섯 번째 회사로 갈 준비를 시작한다. 쉬는 날이 많지는 않지만 그전까지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며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몇 발자국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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