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떠도는 호수처럼

by 수우미양가


술병의 시간



아무렇게나 버려진 빈 술병은

그 입구가 천공天空이다

언제 활화 될지 모르는 분화구다

빈 속에 바람이라도 들이치면 또르르

굴러가기까지 하는 노숙이다


밀봉의 시간엔 반듯하게 세워져 있었지만

누군가 뚜껑을 따고 비어진 후부터는

비틀거리는 습성으로 전가되는 술병,

술 한 병 분량의 질곡은

체념의 알코올 표기와 같다


골목에 벤치 하나 놓인 후부터

어김없이 술병이 쓰러져 뒹굴었다

모든 징후는 일상 속에 숨어 있었다

취기에 절은 분절음들이 굴러다니고

어떤 말들은 파랗게 날을 세우고

골목을 마구 찔러댔다


빈 술병은 즐거운 순간과 비애의 뒷모습으로

모든 뚜껑이 열려있거나

텅 비어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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