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유전이란 첫울음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울음도 웃음도 없는 시대를 거슬러
날 닮은 것들을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이미 소멸한 몇 대를 거슬러
그중 나와 비슷한 어느 조상과
얼굴 맞춰보고 왔을 것이다
어느 시대 얼굴에서는 눈과 코를
어느 시대 핏속에선 불같은 성질을
어느 시대 조상에게선
마지막 뼈 한마디가 안으로 굽는 새끼손가락을,
모두 소멸한 사람들 속에서 찾아왔을 것이다
나의 아들이 나를 찾아왔듯
아들의 아들들이 또 어느 날
이미 소멸한 나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아침 출근길,
한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지나갔다
그 여자는 몇백 년, 혹은
몇천 년 후의 내 유전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얼굴들이란 다 떠도는 유령 같은 것,
나랑 가장 비슷한 얼굴을 위해
아침마다 비누칠을 하고
두 손으로 헹궈내는 일도 화장법도
이쯤에서 바꿔야 할 것 같다
독안(獨)으로 떠돌고 싶은,